‘애도의 대가’가 말하는 상실을 겪어내는 6 단계

상실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리학에서 슬픔을 겪어내는 5가지 단계는 많이 알려져 있다. ‘애도의 5단계’ 또는 ‘죽음 또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5단계’로도 알려진 이것은 ‘죽음학의 대가’로 불리는 정신과 전문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을 수천명 상담한 뒤 그들이 거치는 심리적 단계를 공식처럼 정립한 것이다.

이 단계에 한 단계를 더한 6단계가 있다고 CNN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CNN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함께 ‘슬픔과 애도'(On Grief and Grieving)를 공동집필한 작가이자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주는 단체(grief.com)를 만들어서 활동 중인 데이비드 케슬러가 “실제로 퀴블러 로스는 5개 이상의 단계를 이야기했지만 언론이 5개 단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사람들이 5개 단계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면서 5단계에 한 단계를 추가한 6단계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가 제안하는 슬픔과 죽음, 상실을 처리하는 6가지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부정

죽음이든 경제적 손실이든 질병이든, 일단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단계다. 이같은 부정에는 심리적 이득이 있다. 인간은 고통이나 충격이나 배신을 한순간 또는 하루 만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일단 부정을 할 경우 닥친 고통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부정’ 단계에서는 ‘그 사람은 절대 죽지 않았어’라고 스스로에게 확신시키려 하는데, 일시적으로 이렇게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건강한 현상이며, 일부러 빨리 빠져나올 필요는 없다.

2단계: 분노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든, 죽은 사람에 대해서든, 자기 자신 또는 신에 대해서든, 분노가 일어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분노는 우리가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분노 또한 심리적 이득이 있다. 상실 앞에서 인간은 ‘슬픔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는데, 그때 무언가에 분노함으로써 막막한 바다에서 닻을 내리는 느낌을 얻는다. 분노는 죄책감을 불러오기는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무기력감보다는 죄책감을 선호하기 때문에 인간은 분노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샌드백을 때리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건강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하면 좋다.

3단계: 협상

‘내가 이랬으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이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등과 같은 ‘만일’의 가설을 세우며 후회 작업을 하는 단계다. 또 지금의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그 무엇과도 거래를 하려고 하는 단계다. 이 단계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지속된다.

우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이 단계를 넘길 수 있다.

4단계: 우울

상실이 인생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 슬픔이 영원히 계속될 거 같은 느낌이 들고 과연 남아있는 삶이 살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람마다 이 단계를 거치는 시기는 다르다. 누군가는 상실을 겪은 첫해에 우울이 오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몇 년 뒤에 오기도 한다. 뒤늦게 오는 사람들은 그때까지 죽은 사람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울은 “사랑하는 이가 죽었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진짜 표현”이다.

5단계: 수용

수용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지만, 나는 괜찮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용은 내 삶의 변화된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또한 수용은 슬픔의 끝도 아니다. 수용은 여러 번에 걸쳐서 일어나며, 수용이 일어난다는 것은 치유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수용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상적 삶과 업무 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정신과협회는 지난해 3월에 이같이 일상을 방해하는 강렬하고 지속적인 슬픔을 ‘지속적 애도 장애’로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 포함시켰다.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운 병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뒤 성인의 경우 1년 이상, 어린이 및 청소년의 경우 6개월 이상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하거나 친구와 교류하는 것과 같은 게 불가능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있다면 지속적 애도 장애로 진단한다.

6단계: 의미 찾기

의미를 발견하고 행하는 것은 고통을 제거하지는 못해도 완충 작용을 한다. 보통 유가족이 깨닫게 되거나 행하게 되는 것에 의미가 반영되게 된다. 삶의 취약성을 깨닫고 현행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이 죽지 않도록 연구비를 후원하거나 삶에서 다른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 것 등이 의미를 찾은 사람들이 보통 하는 행위들이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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