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술도 안 마시는데 지방간이라니...”

[이광미 웰에이징 스토리]

30대 남성 A씨는 건강검진 결과를 못믿겠다며 따지듯이 물었다. 그는 건진센터 상담의사가 못미더워 필자에게 왔다고 했다. 그러나 상담의사가 옳았다. A씨의 가장 큰 문제는 탄산음료였다. 그는 ‘콜라 중독’이라 할 만큼, 콜라를 즐겼으며 특히 흡연 중에 목이 칼칼하다며 콜라를 마셔왔다.

탄산음료나 과일주스에 많이 들어있는 '액상 과당'은 간에 문제가 된다. 포도당처럼 에너지로 쓰이지 않고 중성지방 형태로 간에 쌓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술이 원인이 아닌 지방간을 '비(非)알코올 지방간 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이라 부른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사람 30% 정도가 NAFLD이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1.6배, 제2형 당뇨병 2.2배, 만성 콩팥병은 1.2배나 증가시키므로 쉽게 보면 안된다. NAFLD가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면 췌장암 발병 위험이 42%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인 30% NAFLD 생긴다...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나?

지방간은 대표적 ‘이소성(異所性) 지방’이다. 뱃살이나 허벅지 피하층에 쌓이는 ‘피하지방,’ 장기 사이에 끼는 ‘내장 지방’과 달리 장기나 근육 등에 쌓인다.

그런데 과도하게 축적된 이소성 지방은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줘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장기에 직접적인 손상을 준다. 우리 몸을 해독하는데 70% 이상의 역할을 맡는 간 기능이 그렇게 손상되면 만성 피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비만이었던 사람과 나이 들면서 비만이 된 사람 중에 어느 쪽이 이소성 지방이 더 잘 생길까?

어렸을 때 날씬했다가 성인이 되며 살이 찌는 후천적 비만이 더 위험하다. 그 이유는 바로 지방세포 개수 때문이다. 사람은 4~5세 때 지방세포 개수가 정해지는데 날씬했던 사람은 지방세포 개수자체가 적다.

나이 들면서 대사가 떨어지고, 운동량 줄고, 식사량 늘면 지방도 함께 늘어난다. 이때 지방세포 개수가 적다면 지방이 세포에 금방 차게 된다. 그러면 내장 지방과 함께 장기에 이소성 지방이 더 쉽게 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간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설탕과 액상 과당을 덜 먹거나 끊으면 된다.

최근 '제로슈거'(zero-sugar) 열풍이 거세다. 설탕이나 액상 과당 대신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를 넣어 칼로리를 ‘0’(제로)으로 만든 음료다. 그중 '에리스리톨'(Erythritol)이라는 인공 감미료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2021년 8월 ‘농업식품화학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실린 연구(*)를 보면, 쥐 실험을 통해 “에리스리톨이 Nrf2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항산화제처럼 지방간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고 했다.
(* Ref. Erythritol Improves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by Activating Nrf2 Antioxidant Capacity, 2021 Oct,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지방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러나 에리스리톨 같은 인공 감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가능하면 적게 먹는 게 아직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평소 탄산음료를 즐겨 먹었다면 제로슈거 음료로 바꾸는 것이 일단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나마도 줄이는 것을 권한다. 대신, 다음과 같은 항산화제 음료나 음식으로 우리 입맛을 바꿔보자.

◇ 지방간 줄여주는 차(茶)

1) 생강차
생강은 담즙 분비를 자극해서 지방 분해와 소화를 돕고 간에 쌓인 독소와 콜레스테롤을 배출한다.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 성분은 항산화 성분으로 간세포의 활성 산소를 줄여 간세포를 보호하고 지방간염을 개선한다. 생강은 중성 지방, LDL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를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생강차를 꾸준히 마시면,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지방간 해독에 도움이 된다.

2) 민들레차
서양민들레(dandelion)는 항산화 성분과 함께 비타민 A,C,D,B, 마그네슘, 아연 등이 많아 간세포 염증을 줄여준다. 특히 담즙 분비를 자극하여 간을 해독하고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는다. 게다가 중성 지방,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당을 조절해준다.

3) 녹차
간에 쌓인 중금속을 배출하고 해독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 들어있는 떫은 맛, 카테킨(Catechin)과 EGCG 항산화 성분이 간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줄여준다. 카테킨 성분은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여 간세포 내 지방 합성을 억제해 지방간을 예방한다.

4) 울금차
울금에 들어있는 커큐민(curcumin)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항균, 항염 효과가 있다. 담즙 배출을 돕고 간 기능을 개선한다. 커큐민은 AMPK를 활성화하는데, AMPK는 에너지 센서로 간 안에서 지방 합성을 억제하고 탄수화물과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 지방간 줄여주는 채소

1) '콜리플라워'(cauliflower)
녹색 꽃양배추. 십자화과 채소로 인돌-3-카비놀(indole-3-carbinol), 설포라판(sulforaphan)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이러한 항산화 성분은 간 해독을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하여 지방간 염증을 줄여준다.
식이섬유도 풍부하여 체중 감량과 이소성 지방 감량에 도움이 된다. 다른 십자화과 채소로는 브로콜리, 양배추가 있다. 이들도 지방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아보카도, 올리브 오일
몸에 좋은 단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다. 여기 들어있는 올레산, 오메가-3, 오메가-6는 중성 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지방간을 호전시킨다. 또 이들의 불포화 지방산은 담즙 분비를 자극해 간의 염증을 줄여준다.

글=이광미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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