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중독… ‘티’ 날 수밖에 없는 이유

치아가 검어지고 잘 부러지고 빠지는 ‘메스 마우스’ 유발

필로폰은 중독성이 강한 각성제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그중에는 뜻밖에도 ‘메스 마우스’라고 불리는 구강과 치아 건강 문제도 포함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은 중독성이 강한 각성제로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그중에는 뜻밖에도 구강과 치아 건강 문제도 포함된다. ‘메스 마우스'(Meth Mouth, 필로폰의 영어 명칭인 Methamphetamine과 입을 뜻하는 Mouth을 합성)로 불리는 이 증상은 치아가 자주 부러지거나 빠지는 심한 충치와 잇몸 질환을 포괄한다. 최근 《엠바이오(MBio)》에 발표된 미국과 브라질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메스암페타민은 1893년 일본에서 새로운 감기약을 만들다 합성해 제조한 약물이다. 이후 일본에서 각성효과를 인정받아 ‘히로폰(ヒロポン)’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되면서 ‘피로의 방지와 회복에, 히로뽕 정!’이라는 슬로건 아래서 피로회복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베트남전까지 군인의 전투력 및 집중력 향상을 위해 보급되기도 했다. 그러다 미국의 경우 1970년 제정된 ‘규제약물에 관한 법률(CSA)’이 남용과 중독의 위험이 매우 높아 의학적 목적으로만 쓸 수 있는 약물로 지정돼 일반의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 인공 합성물의 남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시민단체 퓨 트러스트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각성제 필로폰 사용과 관련 과다복용 사망 및 체포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쉽게 제조될 수 있고 오래 지속되는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사용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뇌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메스 마우스라는 확연히 눈에 띄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메스 마우스는 약물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충치가 아니다. 필로폰 사용이 야기하는 증상의 2차적인 효과다. 중독자의 치아를 검게 만들거나 얼룩지거나, 썩거나, 부서지게 만든다. 치아는 잇몸에서 썩기 시작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부러지거나 빠진다.

약물의 직접적 작용이 원인이 아니라면 그 작용 기전은 무엇일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작용한다.

첫째 필로폰을 사용하면 침 생산이 감소해 입이 건조해진다. 침은 입 안의 세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침의 양이 감소하면 세균이 증가한다. 둘째 필로폰은 또 일반적으로 단 것에 대한 갈망을 유발한다. 그래서 중독자들은 많은 양의 탄산음료와 설탕이 든 가당 음료를 마시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필로폰 중독자는 개인적 위생관리에 소홀해지며 그래서 정기적인 양치질도 안 하게 된다. 넷째 필로폰은 배터리액과 가정용 세정제 및 비료 같은 산성 화합물로 구성돼 있어 문제를 가중시킨다. 마지막으로 필로폰 중독자는 종종 이를 가는데 그로 인해 치아 손상이 발생한다.

미국치과협회(ADA)에 따르면 필로폰 사용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증상을 포함한다.

-충치
-검은 이빨
-잇몸선에서 부패 시작
-치은염/치주염
-빠진 치아
-협 측(뺨 옆) 치아의 매끄러운 표면과 앞니 사이에서 발생하는 특징적인 충치 패턴
-치통에 대한 둔감함

그럼 메스 마우스에 대한 치료법은 뭘까? 손상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치과의사들은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이를 닦을 것을 권할 것이고 불소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것과 가당 음료를 줄이는 것도 권장된다. 하지만 손상이 너무 심하면 치아를 뽑는 수밖에 없다. 또 이를 틀니, 충전재, 보철물로 대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치아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ournals.asm.org/doi/10.1128/mBio.03534-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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