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남성 놔두고 왜 여성 치매 위험만 높이나

생쥐실험 결과 “스트레스 받으면 암컷만 ‘치매 단백질’ 수치 높아져”

한국 여성이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명절증후군. 스트레스가 유독 여성의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성은 치매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지만 남성은 아무렇지도 않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팀의 생쥐실험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암컷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지만 수컷 생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컷 생쥐의 뇌 세포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활성화되는 분자 경로까지 확인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존 시리토 부교수(신경학)는 “스트레스는 여성의 뇌에 특히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런 차이가 알츠하이머병의 성별 불균형을 낳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위험, 여성이 남성의 2배… 스트레스 반응 방식, 남성과 사뭇 달라

여성은 치매의 대표적인 질병인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을 확률이 남성에 비해 약 2배 더 높다. 미국 여성은 남성보다 5~6년 더 오래 산다. 나이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소다. 또한 스트레스는 우울증, 사회적 고립 등 요인과 함께 사회경제적 위험 요인에 속하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의 약 8%를 차지한다. 심혈관 건강, 면역반응 등 여러 측면에서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생쥐가 스트레스를 받기 8시간 전부터 받은 뒤까지 총 22시간 동안에 걸쳐 한 시간마다 생쥐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를 측정했다. 암컷과 수컷에 가한 스트레스 강도는 똑같았다. 하지만 암컷과 수컷이 스트레스에 보이는 두뇌 반응은 크게 달랐다. 암컷의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는 스트레스를 받은 첫 2시간 안에 크게 높아졌고 모니터링이 끝날 때까지 상승된 상태를 유지했다. 수컷의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는 전반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약 20%에서 수치가 약간 오르는 데 그쳤다.

여성, 스트레스 호르몬 흡수해 ‘치매 단백질’ 수치 높아져

연구팀은 뇌 세포의 세포-스트레스 반응 경로를 통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인자로 알려진 호르몬의 방출을 일으킨다. 암컷의 뉴런(신경세포)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흡수해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를 높이는 걸로 드러났다. 수컷의 뉴런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흡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연구팀은 “생쥐와 사람이 세포 수준에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은 성별에 따라 다르며 스트레스가 알츠하이머병의 성별 차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성별 차이의 한 측면을 주도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인간의 뉴런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흡수하는 방식에 이와 비슷한 성별 차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Sex-dependent effects of acute stress on amyloid-β in male and female mice)는 국제학술지 ≪뇌(Brain)≫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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