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건망증, 핵심 차이는 ‘이것’

제 때 변별해 내는 게 중요

노인성 건망증은 치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억력 감퇴의 범위나 정도가 다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에서 치매의 유병률은 약 10.3%다. 치매는 흔한 노년 질환이다. 많은 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노령층을 대상으로 치매에 좋다는 건강보조 식품을 파는 사기 아닌 사기극이 자주 벌어진다.

어느 날 약속 날짜를 까먹거나 리모컨이나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 “내가 치매인가”라는 혼잣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치매의 초기 증상도 기억력 감퇴와 유사하기  때문에 단순한 건망증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자신이 치매인지 건망증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둘은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나이가 들면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학습능력이 떨어지기에 건망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건망증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이 불편해질 정도라면 치매고, 그렇지 않다면 노인성 건망증일 개연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공간지각력, 연산, 판단력 등 종합적인 인지 능력이 함께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

건망증과 치매는 기억력 감퇴의 형태가 다르다. 건망증 환자는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개요는 기억하지만 세세한 부분을 놓친다. “지난 주에 가족들이 모였는데 손자 한 명이 못 왔다”는 말을 들으면 손자가 못 온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 식이다. 이런 건망증은 시간이 지나도 눈에 띄게 악화되지는 않는다.

치매 환자들은 사건이나 상황 전체를 잊는다. 지난 주 가족이 모인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귀띔을 해도 이를 부정한다. 치매는 뇌 세포가 손상되고 뇌 조직이 줄어들며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가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 피질에 신경 퇴행이 생기면 언어 능력에 이전과 다른 뚜렷한 변화가 생긴다. 이를 ‘원발진행실어증’이라고 한다. △볼펜을 ‘골펜’으로 발음하는 등 특정 발음을 착각하거나 △갑자기 문장에 문법 오류가 많아지고 △단어와 이름을 떠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발병 후 수년간 언어장애만 나타나다가 뇌손상이 다른 영역까지 침범하며 인지장애나 행동장애가 생긴다.

단순한 건망증도 자주 반복되면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일반적인 노인성 건망증의 증상이더라도 일주일에 2~3회 넘게 나타난다면 치매를 의심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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