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고통 '식도암'...항암치료 변화는?

30년만 면역항암제 진입, 치료 패러다임 변화 "장기 생존 기대"

식도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월은 미국암연구학회(AACR)가 지정한 ‘식도암 인식의 달’이다. 식도암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올바른 치료법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2만640명의 환자가 식도암 진단을 받았으며, 그 중 1만6410명이 사망해 가장 치명적인 암종으로 지목됐다. 국내 식도암 환자는 미국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국가암통계 기준 2019년 2870명, 2020년 2748명으로 꾸준한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식도암, 조기 발견 어려워...전이 빈번 "5년 생존율 7.3% 저조"

식도는 우리 몸에 장기 특성상 탄력이 좋아 종양이 생겨 길을 막더라도 음식물이 비집고 들어가거나 연동운동이 가능해 특별한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식도 내부가 좁아져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또 다른 장기와는 달리 식도에는 장막이 없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면 비교적 쉽게 식도 외벽을 뚫고 주변 장기 및 림프절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징으로 식도암은 대부분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전이 단계에서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7.3%로 매우 낮은 현실이다.

국내 식도암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은 방사선 치료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하고 있으나 치료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생존율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해왔다.

더욱이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법은 수십 년간 항암화학요법에 머물면서, 치료 옵션이 다양하게 허가된 폐암, 유방암 등의 다른 암종과는 치료 성적 자체가 비교된 것이다. 이는 식도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임을 대변한다.

◆면역항암제 전이성 식도암에 첫 허가...“장기 생존 가능성 제시"

이러한 가운데 작년 3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면역항암제 최초로 전이성 식도암에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허가를 받았다. PD-L1 발현 양성(CPS≥10)으로서,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식도암 및 HER-2 음성인 위식도 접합부 선암에서 1차 병용요법으로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허가의 바탕이 된 KEYNOTE-590 임상 연구 결과, 해당 전이성 식도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13.5개월의 전체 생존기간(OS)을 보이며, 9.4개월을 기록한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켰다.

2차 유효성 평가 기준인 객관적 반응률(ORR) 또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51.1%로, 대조군 26.9%에 비해 약 2배 높았으며, 반응 지속기간(DoR) 또한 10.4개월로 대조군 5.6개월 대비 2배가 길었다. 결국 전이성 식도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대체할 1차 표준치료로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국내 식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평상피세포암 환자의 치료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PD-L1 발현 양성(CPS≥10) 환자군을 분석한 결과, 키트루다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13.9개월로 나타나 항암화학요법(대조군) 8.8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3% 줄였다.

작년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에서 발표된 장기생존 추적 결과에서도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환자의 사망 위험을 36% 감소시키며 장기간에 걸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시켰다.

◆최신 암 치료 지침 '면역요법 우선 권고'...“패러다임 변화 뚜렷"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 [사진=홍민희 교수 제공]
이 같은 임상근거를 토대로 식도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는 뚜렷해졌다. 전 세계 암 치료 기준을 선도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HER2 음성 및 PD-L1 발현 양성(CPS≥10)인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암' 1차 치료에 가장 강력한 선호요법(Preferred & Category1)으로 권고했다. 이와 함께 식도암 진단 시 바이오마커 검사를 적극 고려하도록 추천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개정된 NCCN 2023 가이드라인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을 구분해 치료요법을 권고했다. 식도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 Preferred & Category1 옵션으로 PD-L1 발현 양성(CPS≥10)인 환자에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 및 항암화학요법(플루오로피리미딘, 시스플라틴) 병용전략을 추천했다.

또 HER2 음성 선암에서도 동일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우선 권고했으며, PD-L1 발현 양성(CPS≥5) 환자에서는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및 항암화학요법(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병용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는 “키트루다가 허가되기 이전의 식도암 환자들은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식도암 허가 1년이 지난 현재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40~50대 식도암 환자들은 처음에 4기 식도암 진단으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나, 병용요법을 통해 2년 이상 식사나 일상생활에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이성 식도암의 치료 패러다임은 완전히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굳어진 상태”라며 “30여년 만에 식도암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긴 만큼 치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장기 생존이라는 내일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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