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래고기 수은 ‘허용치 100배’…몸에 미치는 영향은?
태아에겐 영구적 손상..한국도 안전하지 않아
일본에서 판매되는 돌고래 고기에서 허용치의 약 100배에 이르는 수은이 검출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호주 비영리단체 ‘액션 포 돌핀스(AFD)’가 야후 재팬에서 ‘큰코돌고래’ 잡육 두 팩을 사서 성분을 분석했다. 각각 일본 정부 허용 기준보다 97.5배, 80배 많은 수은이 들어있었다. AFD는 일본 경찰에 고발장을 내고 돌고래 고기 판매를 정부 차원에서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일본 보건부는 수은 농도가 0.4ppm 이상, 메틸 수은 농도가 0.4ppm 이상 들어있는 해산물은 먹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AFD가 분석한 고기 팩의 수은 농도는 약 39ppm, 메틸 수은 농도는 1.58ppm이었다.
AFD 측은 “이미 10년 전부터 야후에서 판매되는 돌고래 고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가 여러 차례 발표되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품 어디에도 독성 물질에 대한 안내나 경고가 없어 임산부나 영유아가 이를 섭취할 경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 동물보호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고래 고기를 먹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체내에 수은이 들어가면 운동 장애, 난청, 손발 떨림 등 신경계 질환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위염이나 신부전과 같이 치명적인 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임산부가 먹었을 때 치명적이다. 발달 과정에 있는 태아의 뇌와 신경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폴리염화비페닐’도 들어있다. 내분비계를 교란하고 면역 체계를 억제하며 간과 생식 기관 질환을 유발한다.
한국 소비자도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코리아’가 2018년 울산, 부산, 포항 지역에서 무작위로 고래 고기를 사서 분석했다. 21개 중 9개(약 46%) 샘플에 오염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당시 시셰퍼드코리아는 중금속이 과다 검출된 이유로 해양오염, 불법 유통, 원산지 조작 판매 등을 꼽았다.
가디언은 AFD의 이번 고발은 일본 다이지 지역의 전통적인 고래 사냥 방식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지 지역에서는 쇠를 두드려 고래가 싫어하는 소리를 내 한쪽으로 몰아넣고 작살로 사냥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1600년대부터 내려온 전통 사냥 방식이지만, 잔인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AFD는 2021년 이 지역 돌고래 고기의 수은 수치가 허용치의 12~25배 수준이라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다이지 주민의 중금속 중독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와 맞물려 독성 고래·돌고래 판매 금지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AFD는 “식품 위생법을 위반하며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더 이상 일본 정부가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