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강남 한복판 사망…우울증 커뮤니티 ‘독’ 됐나

"심리·신체적 안전 확보 가능한 공동체 찾아야"

사건 당시 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가 경찰에 여학생의 SNS 계정과 투신 장소 등을 알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16일 오후 강남에서 10대 여학생 A 씨가 숨졌다. A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에 사고가 일어나는 과정을 생중계했고, 수십 명의 시청자들이 이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을 본 이들의 신고로 소방과 경찰 등이 오후 2시10분 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옥상 진입 전 사고는 이미 발생한 뒤였다.

◆ 온라인 커뮤니티서 만나 사건 모의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의가 이뤄졌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 따르면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 B 씨가 올린 게시글에 A 씨가 호응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A씨는 B씨에게 계획에 참여하기를 종용했지만, 실제로 사망할까 두려웠던 B씨는 이후 도망쳤다. 그러나 결국 안타깝게도 A씨는 실제로 숨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감행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에 이를 막기 위한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우울증이라는 드물지 않은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 온라인 상에는 공통 질병을 가진 이들이 만든 많은 커뮤니티가 있다. 이 공간들은 환자들이 질병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 순기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속 환자 커뮤니티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우울증 극복…안전한 공간과 전문가 조언 중요

두 사람의 연이 닿은 커뮤니티는 우울증을 가진 이들이 모이는 장소다. 온라인에서 고민을 털어놓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곳이다. 다만 커뮤니티 사용자 일부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에서 고립된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공동체 내에서 성적 착취마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라면 전문가가 있는 공간을 이용하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이) 진료실 외에 환자들끼리 마음을 공유하는 공간은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며 충분히 좋은 의도를 가진 곳일 수 있다”면서도 “이런 곳에 참여하기 전에는 반드시 신체적, 정신적 안전이 보장돼 있는 곳인지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환자가 심리적, 신체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동시에 적절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다양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이나 사고 과정, 동기, 의욕,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상태다. 이는 일시적으로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가 아니다. 2주 이상 오랜 기간 의욕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까지 악영향을 준다.

우울증 원인은 호르몬과 생체 리듬 변화, 경제적 문제, 강한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식욕이 없고 잠을 거의 못 자거나, 망상이나 환각 등까지 동반된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혼자 힘으로 회복하는 것보다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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