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환자에게도 의사가 설명해야 하나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가 점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의사는 수술이나 시술 등 신체에 대한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기 전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에 대하여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환자가 이런 설명을 바탕으로 의료 행위를 받을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수술이나 시술, 검사에 대한 설명을 보호자에게만 해도 충분할까 아니면  환자 본인에게도 설명해야 할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12세였던 A는 MRI상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고 수술 전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입원했다. 담당 의사는 A에게 검사를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뇌혈관 조영술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다음날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였는데 시술 중간에 A가 두통을 호소하고 움직임이 많아지자 의사는 진정제를 투여하여 진정을 시킨 뒤 검사를 마쳤다. 시술 당일 오후에 경련증상을 보여 급히 MRI 검사를 하고 급성뇌경색으로 진단했다. A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13일 뒤 모야모야병 수술을 받았지만 급성뇌경색으로 인해 영구적인 우측편마비 및 언어기능 저하가 남게 되었다. A와 어머니는 의료진이 A의 어머니에게만 시술 위험성을 설명했을 뿐 A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 사람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심은 의료진이 A군 어머니에게만 시술 위험성을 설명했을 뿐 A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미성년자도 원칙적으로는 설명의무 대상이기는 하지만 미성년자인 환자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보호 아래 병원에 방문해 의사의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승낙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의사가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보다는 미성년자와 유대 관계가 있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수용하게 하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에 더 바람직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을 통해 환자에게 (설명이)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의사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되거나,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보이는 경우는 의사가 환자에게 의료행위에 대하여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 의사는 미성년자인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2023.3.9. 2020다218925판결)

정리하면 의사가 검사나 시술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성년자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객관적 기준도 미비하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서는 미성년자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게 검사나 시술의 위험성을 설명을 하고 있다.

이 판결은 현재의 임상 현실을 반영하여 적법한 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이 일부러 미성년자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미성년자 환자의 생각이 친권자나 법정대리인과 다르거나 혹은 미성년자인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보이는 경우 의사는 미성년자 환자에게 의료행위에 대하여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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