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치료길 열리나…신약 도입 ‘속도전’

바이오젠·에자이·릴리, 신약 허가 신청 줄이어...연내 시장 도입 기대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에 혁신 신약 도입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2021년 6월 상업화에 최초로 성공한 표적 항체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이 낮은 치료 효과와 잦은 부작용 문제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이를 개량한 여러 후속 신약들이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을 공동개발한 다국적제약기업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레카네맙(lecanemab)’을 비롯해 글로벌 빅파마 로슈의 ‘간테네루맙(gantenerumab)’, 일라이 릴리 ‘도나네맙(donanemab)’ 등이 제품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

다국적 제약기업 릴리는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국제컨퍼런스(AD/PD 2023)’ 석상에서 치매 신약 ‘렘터네툭(remternetug)’의 중간 분석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통상 치매 치료와 관련한 단일클론항체약물들은 성분명 끝에 ‘~맙(mab)’을 붙여 이름을 짓지만, 약물 작명법이 바뀌면서 신약 후보물질의 항체 구조에 따라 ‘-tug(툭)’ ‘-bart(바트)’ ‘-mig(미그)’ ‘-ment(멘트)’ 등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렘터네툭의 임상시험은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에 초점을 맞춰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며, 오는 2024년 3월까지 임상참가자 400명을 모집하게 된다.

일단 렘터네툭의 연구는 경도인지장애 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중등도 치매를 진단받은 4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약물을 투약받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이 빠르고 강력하게 제거됐다. 하지만, 약제의 주요 부작용으로 알려진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이슈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평가가 진행된 169일간 치료를 완료한 환자 24명 중 18명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이 완벽히 제거되기는 했지만 41명의 임상 참가자에서 총 10건의 ARIA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 이들은 ‘자살 시도(suicidal attempt)’로 표기된 심각한 뇌부종 사례를 포함해 고용량인 700~1400mg 용량을 사용했을 때 시야 결손 및 실어증, 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상실되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릴리는 “학회에 발표된 임상데이터를 보면, ARIA 이상반응으로 인해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후 증상이 해결되는 심각한 부작용들을 경험했다”며 “고용량 약물을 사용한 일부 환자에서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사례가 보고되기는 했지만 250mg 저용량에서는 치료와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대한 릴리의 노력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지난 30년 동안 계속돼 왔다”면서 “렘터네툭을 이용한 광범위한 3상 임상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릴리는 렘터네툭을 차세대 항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로 포지셔닝해 연내 대규모 3상 임상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젠 ‘레켐비’ FDA 신속승인…경쟁약물 ‘도나네맙’ 허가 대열 합류

릴리가 렘터네툭에 앞서 신약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치매 파이프라인은 더 있다.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도나네맙’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일라이 릴리]
이 약제는 ‘N3pG’라고 불리는 변형된 형태의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표적하도록 설계됐으며, 회사는 상반기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속승인 신청을 모색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에 성공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올해 1월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획득하고, 오는 7월 정식 허가를 앞둔 상황에 비하면 한발 늦기는 했다.

그럼에도 릴리는 선발 약제인 ‘아두카누맙’과의 직접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우월한 효과 판정을 받으며 기대감을 한껏 키운 상황이다.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뇌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감소 효과를 저울질한 도나네맙의 3상 임상 ‘TRAILBLAZER-ALZ 4’ 연구가 이에 대한 근거다.

주요 결과를 보면, 도나네맙을 사용한 환자들에서는 아두카누맙 치료군에 비해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 제거율이 증가하는 동시에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계열약 부작용(ARIA) 발생 비율을 늘리지 않았다.

릴리는 “도나네맙 치료는 아밀로이드반 제거 및 인산화된 타우(P-tau) 등의 주요 바이오마커를 감소시키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혜택을 제시했다”며 “도나네맙 개발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아밀로이드반의 감소효과를 비롯해 ARIA 부작용 평가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시사된다”고 밝혔다.

릴리는 도나네맙의 시장 진입 시점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계획하고, 중순 경 도나네맙의 3상 임상 결과 분석을 통해 정식 승인 신청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치매 신약 허가 빨랐던 미국…실효성 논란 불거져 ‘부정적 여론’ 팽배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을 가장 빠르게 도입했던 미국 지역에서는 이러한 치매 표적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작년 4월 실효성과 안전성 문제로 인해 시장 퇴출 절차를 밟고 있는 최초의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 이슈가 화근이 됐다.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발행한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 가이드라인’에선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보험당국은 “임상적 혜택이 불분명한 항체 치료제에는 일체의 비용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국가 적격 임상에 등록된 인원 외에는 해당 치료제의 사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지역에 시판허가 결정이 내려진 아두카누맙 외에도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에 속한 후속 단일클론항체 약물들에는 동일한 보험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후속 신약 ‘레카네맙’ 외에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 로슈 ‘간테네루맙’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 신약들이 신속승인을 받더라도 환자 접근성이 매우 제한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시장진입은 여전히 중요하다. 중장기적 기회를 내다봐야 한다”고 전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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