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태아 몸 구석구석 파고든다?
임신한 쥐에게 먹이면 새끼의 태반은 내장, 심장, 뇌까지 침투
엄마의 몸속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태아에게 옮겨가 신체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나노물질(Nanomaterials)》에 발표된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럿거스대 공중보건대학(SPH) 연구진은 대부분의 음식과 물에는 나노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으며 이러한 작은 입자가 임신한 쥐에서 태어나지 않은 새끼에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이 대학 필립 데모크리토우 교수(나노과학 및 환경생명공학)는 이번 연구결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우려할 만한 일이며 후속 연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침식 작용으로 환경에 노출된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된 뒤 음식과 공기를 통해 흡수된다는 설명이다.
임신한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종전 연구에서 어미의 먹이에 미세플라스틱을 첨가하면 새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 밝혀졌으며 플라스틱이 새끼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임신한 쥐 다섯 마리에게 나노 단위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였다. 연구진은 영상을 통해 이 플라스틱 입자가 태반은 물론 새끼 쥐의 간, 신장, 심장, 폐, 뇌에까지 침투한 것을 발견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이 임신한 포유류의 장 장벽, 태반의 모체-태아 장벽 및 모든 태아 조직을 관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새 연구에서 임신한 실험동물에게 미세 플라스틱을 먹인 결과 새끼의 성장이 제한되고 뇌, 간, 고환, 면역 체계 및 신진대사의 발달에 해를 끼쳤다. 임신한 인간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인간 배아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데모크리토우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에서 다양한 유형의 플라스틱이 세포 장벽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조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플라스틱 입자 크기가 이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플라스틱이 태아 발달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데모크리토우 교수는 “플라스틱은 저렴한 비용과 다양한 특성으로 인해 1940년대 이후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지난 60년 동안 생산된 90억 톤의 플라스틱 중 80%가 환경으로 흘러들어갔고 10%만 재활용됐다”고 밝혔다. 원유 성분에서 추출된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고 풍화와 빛에 의해 분해된다. 분해된 미세성분이 인체에 침투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늘리고 생분해성 바이오 폴리머 기반 플라스틱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mdpi.com/2079-4991/13/4/72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