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 듣는 '측두엽 뇌전증'... 뇌절제 수술 대신?
국소 자기장 뇌자극, 원인 부위 감지해 즉각 발작 멈춰... 우울·불안 부작용↓
최근 국내 연구진이 '측두엽 뇌전증' 등 난치성 뇌전증에 적용할 수 있는 정밀 자기장 전기자극법을 개발했다. 난치성 뇌전증은 약물 요법이나 전기자극법 등 기존의 치료법이 듣지 않아 뇌절제술이 불가피했던 환자가 많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손영민 교수와 포항공과대(포스텍) 정보통신융합공학과 박성민 교수팀은 측두엽 뇌전증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자기장 전기자극 치료법을 개발했다. 실험쥐에 적용했을 때, 갑자기 발생한 발작 증상의 70%가 멈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구체적으론 발작을 일으키는 개인의 뇌 부위를 감지해 여기에만 전기자극이 작용하도록 국소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SNF(Sequential Narrow Field) 뇌심부자극술'이다. 저강도의 전기자극을 반복하는 패턴을 활용해 통증과 불안, 우울감 등의 부작용 우려도 줄였다.
과거 간질로도 불린 뇌전증은 이제 약물 요법으로 발작과 실신 등의 증상을 대부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체 환자의 70%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나머지 30%는 약물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된다. 증상이 심각할 땐 뇌신경이 손상된 문제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후유증으로 운동마비나 언어장애와 같은 후유증이 발생하기도 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뇌절제술 대신 전기자극법(뇌심부 자극술)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치료가 효율적이지 못하단 지적을 받아왔다. 증상별, 환자별로 증상의 원인이 되는 뇌 부위에 맞춰 정밀하게 전기자극을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구팀이 실험쥐에 SNF 요법을 적용한 측두엽 뇌전증이다. 어릴 적 고열과 함께 발작·실신한 후 몇 년간 후속 증상이 없다가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다시 증상이 재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마 부위에 뇌신경이 손상해 발생하는 측두엽 뇌전증은 약물이 잘 듣지 않기에 증상을 크게(80%가량) 완화하려면 뇌절제 수술이 필수였다.
기존의 대안 치료법인 전기자극법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측두엽 뇌전증의 원인 부위인 해마가 뇌 안쪽에 길쭉한 형태로 넓게 분포해 제대로 전기자극을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신경조직에 불필요하게 자극하면서 부작용으로 통증과 불안, 우울감도 나타났다.
손영민 교수는 "발작이 일어나는 시점을 정확히 감지한 후 즉각 발작 증상을 완화했고 발작이 시작한 부위인 해마 구조만을 자극하고 주변 신경조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쉽게 임상 적용도 가능해서 앞으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한 최적의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논문은 유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5540-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