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 모셔야 하나?’ 동의율 뚝..‘노노 간병’은?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 간병 문제, 지역사회-국가가 함께 풀어야

늙은 부모가 아파도 자식들에게 기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80대 부부가 서로를 돌봐야 한다. 노노 간병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녀들이 같은 지역에 살아도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의식이 옅어지고 있다. 늙은 배우자끼리 서로를 간병하는 ‘노노 간병’ 문제가 점차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5년 전엔 국민의 50% 이상이 ‘부모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20% 가량만 부모 부양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 “부모 부양은 자녀 책임”… 15년 전 52.6%에서 21.39%로 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부양의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물음에 응답자의 18.2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매우 동의한다’는 3.12%로 모두 21.39%가 “부모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부모 부양 반대 의견은 49.14%나 됐다. 이는 지난해 3∼7월 7865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2007년 조사에선 자식의 부모 부양에 대해 52.6%가 동의했다. 반대 응답은 24.3%에 불과했다. 2013년에는 동의가 35.45%, 반대가 36.03%로 뒤바뀌었고 2019년엔 동의 23.34%, 반대 40.94%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늙고 병든 부부끼리 서로를 돌보는 시대가 곧 닥치는 것이다.

◆ 늙은 배우자가 간병해야 하는 시대… 노노 간병 문제 악화

늙은 부모가 아파도 자식들에게 기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80대 부부가 서로를 돌봐야 한다. 노(老)-노(老) 간병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80대는 일부 고액 연금 생활자를 제외하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다. 체력도 떨어져 하루 종일 아픈 사람을 간병하기가 어렵다. 본인도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부부의 ‘애뜻한 정’만으론 지탱할 수 없다. 특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이 아닌 자택 간병의 고단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한 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간병 스트레스는 수면 부족과 체력 저하를 가져오고 우울증으로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가끔 접하는 간병 관련 끔찍한 뉴스도 노노 간병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노노 간병…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이제 간병, 특히 노노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풀어야 할 당면 과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치매나 뇌졸중 등 병을 앓는 사람은 등급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다섯 단계 중 1∼2 등급만 해당된다. 대부분의 3∼4등급이 이용할 수 있는 자택(재가) 서비스는 하루 최대 4시간 수준이다.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치매 노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간병 관련 제도를 확대하는 등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간병도 치매나 암처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간병에 대한 재정 지원, 시설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간병에 대한 법적 지원을 통해 간병인의 삶을 지원해 내 가족을 안심하게 맡길 수 있는 시대가 돼야 한다. 지금 건강한 사람도 얼마간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간병 문제는 곧 나에게 닥친다.

    김용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