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잘 자도 최대 5년 더 산다"
수면의 질과 양 모두 좋으면 사망확률 30% 낮아져
잠을 잘 자는 사람은 수명이 연장된다는 연구결과 나왔다. 남자는 5년 가까이, 여성은 2년 넘게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달 5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릴 미국심장학회(ACC)와 세계심장연맹(WHF) 공동 학술대회에 소개될 미국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2013년~2018년 미국 국민건강면접조사에 참여한 평균 연령 50세인 17만2321명(여성 비율이 54%)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에는 수면의 양과 질 그리고 수면습관이 들어있었다.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4.3년 동안 추적 관찰됐으며 이 기간 동안 8681명이 숨졌다. 이 중 2610명(30%)은 심혈관질환, 2052명(24%)은 암, 4019명(46%)은 기타 원인으로 사망했다.
연구진은 좋은 수면에 대해 다섯 가지 요소를 적용했다. △하룻밤 수면시간이 7~8시간이다 △잠들기 어려울 때가 일주일에 2회 이하다 △잠드는데 문제를 느끼는 경우가 일주일에 2회 이하다 △수면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잠에서 깬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느낌이 일주일 중 5일 이상이다.
연구 결과 이들 다섯 가지 요인을 모두 지닌 사람은 0~1가지를 가진 사람에 비해 어떤 이유로든 사망할 확률이 30%,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21%,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9%, 심장 질환이나 암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가지 수면의 질 측정 항목(5점 만점)에 모두 해당한다고 답한 남녀의 기대 수명은 해당 항목이 없거나 하나만 해당한다고 답한 남성에 비해 남성은 4.7년, 여성은 2.4년 더 길었다.
연구진은 기대수명은 30세부터 늘어나지만 수면 습관이 좋은 젊은이가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원인의 사망 중 약 8%가 수면 패턴이 좋지 않아서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의 한 명인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의 프랭크 첸 박사(내과)는 “우리는 명확한 용량-반응 관계를 확인했다”면서 “수면의 질이 높을수록 모든 원인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인 하버드대 의대 프랭크 챈 연구원은 “이상적인 수면 습관을 모두 가지면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면장애를 치료하면 조기사망을 일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의 질이 같은데 여성에 비해 남성의 기대 수명이 2배나 늘어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의 한계 중 하나는 수면 습관이 객관적으로 측정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자체 보고에 의지했다는 점이다. 의학 회의에서 발표되는 연구 결과는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될 때까지 예비 연구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