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뇌 시상하부에서 ‘거울 뉴런’ 발견

공격적 행동할 때는 물론 다른 생쥐의 공격적 행동 볼 때도 발화돼

생쥐의 시상하부에서 거울 신경세포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과 타자의 거리를 없애고 공감능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되는 뇌 내 신경세포를 ‘거울 뉴런(거울 신경세포)’이라고 부른다. 거울 신경세포는 주로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에서 발견됐다.

생쥐의 시상하부에서도 거울 신경세포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시상하부는 뇌 발달 단계 초기에 형성되는 뇌줄기에 속한다는 점에서 동물이 서로를 모방하는 능력을 일찍부터 발달시켰음을 시사한다. 《셀》에 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논문은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1990년대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거울 신경세포는 일반적으로 동물이 특정 행동을 할 때 발화하지만 다른 동물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도 발화한다. 종전 연구에서는 거울 신경세포의 활동을 물체에 손을 뻗는 것과 같은 단순한 행동과 연결했지만 싸움과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과 연결하진 못했다.

거울 신경세포의 활동이 인지 기능에 정확히 어떻게 기여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프랑스 마르크 자네로 인지과학연구소의 신경심리학자 피에르 프란체스코 페라리 연구원은 말한다. 일부 연구자는 거울 신경세포가 동물이 행동을 관찰할 때와 그 행동을 직접 수행할 때 모두 발화한다는 사실은 거울뉴런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고차원적인 인식에 관여하며, 심지어 공감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에 대한 증거로 볼 수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스탠포드대의 양태홍 연구원(신경과학)과 동료들은 뇌의 공격 센터라고 부르는 복측 시상하부(VMH)에 거울 신경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2017년 일정한 사회적 상황에서 생쥐의 VMH 신경세포를 활성화해도 공격성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VMH에 다른 생쥐의 행동에 민감한 거울 신경세포가 포함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수컷 생쥐가 다른 생쥐의 싸움을 지켜볼 때 VMH 신경세포의 반응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일부 VMH 신경세포는 해당 동물이 공격적으로 행동할 때와 다른 동물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지켜볼 때 모두 발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들 신경세포가 싸움의 방관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촉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해당 유전자 추적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거울 신경세포의 원래 목적이 방어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생식 성공을 강화하는 것이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책임자인 스탠포드대의 니라오 샤 교수(신경과학)는 “거울 신경세포가 거울을 비추는 행동에 기능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거울 신경세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았다”라고 말했다.

페라리 연구원은 이 연구가 동물에게 거울 뉴런이 있는 이유에 대한 답을 제시한 건 아니지만 잘 수행된 실험을 통해 거울 뉴런이 공격성과 같은 사회적 행동에 필수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싸움을 지켜보는 쥐의 거울 신경세포 또는 VMH신경세포가 그 일부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시스템이 어떤 동물이 싸움에서 이기는지를 암호화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전에 시상하부의 신경세포들이 행동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다른 동물의 사회적 경험을 감지하거나 이에 반응할 수 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뉴욕대(NYU) 랭곤 헬스의 데이유 린 교수(사회신경과학)은 말했다. 특히 후각에 크게 의존하는 생쥐의 신경세포가 시각적 신호에 반응한다는 점이 놀랍다고 그는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3)00052-1?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3000521%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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