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30억' 세계 최고가 약, 첫 수혜자는?
1회 약값 30억인 리브멜디로 생후 19개월된 영국 여자아이 완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의 첫 수혜자가 나왔다. 1회 투여 약값이 30억원에 이르는 유전자치료법 ‘리브멜디(Libmeldy)’로 완치된 생후 19개월 된 영국 여자아이 테디 쇼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은 희귀유전병인 이염색백질영양장애(MLD) 판정을 지난해 4월에 받은 영국 노섬벌랜드 출신의 테디 쇼가 리브멜다로 치료받고 완치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잉글랜드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만다 프리처드는 “이 치명적인 유전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부모와 아기들에게 큰 희망의 순간”이라며 “이제 NHS의 전문 센터에서 단 한 번의 혁신적인 치료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테디의 어머니 앨리 쇼(32)는 “테디는 걷고, 뛰고, 수다쟁이로 다른 아이들처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리브멜디(약물명 atidarsagene autotemcel)는 영국의 오차드 테라퓨틱스(Orchard Therapeutics)가 개발한 MLD 치료제다. MLD는 통상 생후 30개월 이전 어린이에게서 발병해 시력, 언어, 청력 손실, 거동 장애, 뇌 장애, 발작을 일으키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난치병이다.
리브멜디는 지난해 10월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OTL-200이란 이름의 치료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영국 NHS는 최근 오차드 사와 특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할인된 단일 용량 가격이 280만파운드(30억원)다. 종전 세계 최고가약은 1회 투여 약값이 25억원인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약물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였다.
MLD는 ‘아릴설파타제A(arylsulfatase A)’를 만드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다. 아릴설파타제A 결핍은 설파타이드(sulfatide)라는 분해효소의 축적을 낳아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말이집(미엘린 수초)을 훼손해 뇌백질 외에 말초신경, 간, 콩팥 등의 장기 이상을 초래한다.
리브멜디는 환자의 줄기세포에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한 기능적 사본을 삽입해 MLD의 유전적 원인을 교정한다. 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골수나 혈액에서 추출한 것으로 새로운 유전 정보가 담긴 채로 다시 체내로 공급된다. 테디는 작년 6월~10월 여러 단계에 걸쳐 줄기세포를 제거하고 결함 있는 유전자를 온전한 유전자로 교체했다.
테디는 운이 좋았다. 세 살배기 언니 날라도 작년에 역시 MLD 진단을 받았으나 병이 너무 많이 진행돼 리브멜디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회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이 약물은 질병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너무 많이 진행되기 전에 투약해야 효과가 있다.
앨리 쇼는 “작년 4월 두 딸이 모두 MLD 진단을 받았을 때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첫째 딸인 날라가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고 아주 어린 나이에 사망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가장 가슴 아팠지만 그나마 둘째 딸 테디는 희망이 있다는 말에 힘을 얻었다”며 “테디가 NHS에서 이 치료를 받은 첫 번째 어린이가 된 것을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혓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5명의 어린이가 MLD를 가지고 태어난다. 30개월 이전에 MLD가 시작된 아이들은 빠르게 악화돼 보통 5~8세에 숨진다. 30개월에서 6세 사이에 질환이 시작됐다면 수명이 이보다 10~20년 더 길어진다.
리브멜디는 영국 왕립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에서 NHS를 통해 제공된다. 리브멜디 투약이 가능한 유럽 내 5개 기관의 하나다. 이 병원의 소아 골수 이식 프로그램 책임자인 롭 윈 교수는 “이 획기적인 순간에 참여해 MLD 환자의 결과를 변화시킬 유전자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