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으로 어린이 근시 늦출 수 있다?

저농도 아트로피 점안액 주입...근시 비율 절반으로 뚝

아트로핀 점안액이 어린이의 근시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시력 검사 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안약이 어린이의 근시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홍콩중문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이다.

안과의사들은 근시가 심하면 망막박리, 녹내장, 백내장 등 시력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더 커진다고 말한다.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1이 근시다. 안과 전문의들은 사람들이 휴대폰과 실내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2050년에는 근시 인구가 거의 60%까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길어지고 눈에 들어오는 빛이 더 이상 눈 뒤쪽의 망막에 도달하지 못해 발생한다. 따라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는 빛을 망막으로 다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아트로핀 점안액은 눈의 근육을 이완시켜 동공을 확장해준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해준다. 이것이 연구자들이 근시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라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하버드대 의대의 니메시 파텔 교수(안과)는 설명했다. 이 안약이 근시를 막기 위해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그는 말했다.

연구진은 근시가 있는 4~9세 어린이 353명을 3그룹으로 나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위약을, 다른 그룹에는 0.01% 농도의 아트로핀 점안액을, 세 번째 그룹에는 0.05% 농도의 아트로핀 점안액을 배정했다. 아이들은 2년 동안 매일 밤 안약을 넣었고 연구진은 2년 뒤 아이들의 시력과 안구 길이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고용량 그룹이 다른 두 그룹에 비해 2년 후 근시 발생률이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년 후 고용량 그룹에선 28%만이 근시가 된 반면 저용량 그룹에선 46%, 위약 그룹에선 53%가 근시가 됐다. 또 근시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근시 급변이 발생한 경우도 고용량 그룹에서는 25%, 저용량 그룹에서는 45%, 위약 그룹에서는 54%로 조사됐다. 고용량 그룹의 어린이는 다른 그룹에 비해 안구의 길이가 덜 길어진 것도 관찰됐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홍콩중문대 제이슨 얌 교수(안과)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근시를 예방할 수는 없지만 지연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아트로핀 안약이 근시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 그룹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얌 박사에 따르면 근시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시는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으며 사춘기 이후에는 줄어든다고 그는 말했다. 근시 발병을 늦추면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 근시 정도를 줄일 수 있다. 그는 그것이 희망이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텔 교수는 아트로핀 안약이 근시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다른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연구가 종전 연구와 차별화되는 점은 근시 발병에 직접 개입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파텔 교수는 부작용 발생률이 낮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시력검사에 사용되는 아트로핀 점안액의 표준 용량은 1%인데 그 용량의 20분의 1만 사용해도 근시예방 효과를 거뒀다고 그는 지적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빛에 대한 민감성이었으나 그 비율은 3그룹 간에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그는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article-abstract/2801319?resultClick=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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