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닭 오리에 조류독감 백신 검토
시행 전 고려해야 할 요소 많아
조류독감 발생을 막기 위해 미국 보건당국이 가금류 백신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국 CBS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의 동식물건강검사국에 따르면 조류독감의 확산으로 20222-23년 시즌 미국에서만 약 58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숨진 것을 계기로 과학자들이 가금류 백신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 거의 모든 주(50개 주 중 47개 주)의 가금류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며 모두 야생조류에 의해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을 접종하면 미국산 가금류 제품의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 문제는 간단치 않다고 CBS 뉴스는 보도했다. 가금류 수의사인 데이비드 스웨인 박사는 “백신 접종의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하는지, 가금류 농장의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인지, 이웃 국가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했을 때 백신 접종을 해야 할지 등 정말 어려운 질문이 많다”고 말했다.
과거 백신접종이 허가된 적이 있고 현재 가금류는 이미 감염성 기관지염 등에 대한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마이크 스테피엔 미 농무부 대변인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백신 허가 절차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피엔 대변인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결정은 복잡하며 접종 전략을 시행하기 전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양한 업계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이 현재 조류독감에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예정된 백신시험은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미 농무부에서 조류독감 백신을 연구하는 바이러스학자 에린 스팩먼 박사는 “이 과정이 3개월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옵션은 유럽연합(EU)가 채택한 ‘DIVA(Differentiating Infected from Vaccinated Animals System)’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 동물과 백신 접종 동물을 적극적으로 구별하는 정책이다. 새떼에서 죽은 새가 발견될 경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공격적 검사, 살아있는 새의 일부에 대한 항체 검사, 식수용기에 대한 검사 등이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와 접촉한 후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치사율이 56%에 이르지만 감염자는 소수에 그쳐 인간에게 거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미국 가금류 근로자 6000명 중 단 1명만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