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대란 다이어트 약, 피부 '급노화' 부작용
물량 부족 시달렸던 당뇨병 치료제 사용 후기들 '경고'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다이어트 효과로 각광 받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이 체중 감소를 촉진하지만 메스꺼움과 구토, 불규칙한 심박수, 얼굴 조기 노화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마글라타이드는 2017년 당뇨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오젬픽과 2021년 6월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은 위고비의 약물 성분명이다. 건강을 위해서든 허영심을 위해서든 체중감량을 하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뇨병 환자들이 약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몇 가지 골치 아픈 부작용을 동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메스꺼움과 구토에서부터 심박동 이상과 얼굴의 조기 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뉴욕대(NYU) 랭곤 헬스의 비만의학 전문가인 홀리 로프턴 박사는 “이 약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내장 호르몬을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로 가서 배고픔 신호를 차단하고, 위로 가서 위장이 비는 속도를 늦추며, 몸이 생성하는 인슐린에 더 민감해지도록 도와 지방세포가 줄어들도록 돕는다 것이다. 이런 기전으로 인해 가장 일반적인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은 위장 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몸이 익숙해지도록 아주 적은 양으로 시작해야 한다. 메스꺼움, 설사,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당뇨병 진단 이후 블로그에 투병 과정을 올리고 있는 미국 여성 밀라 클라크가 2020년부터 오젬픽을 주사하기 시작하며 체험한 부작용이다. 매우 적은 양으로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메스꺼움, 설사, 현기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주사량을 치료 용량으로 늘리자 심장 두근거림과 빈맥(빠른 심장 박동)이 발생했다. 그는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며 한밤중에 나를 깨울 정도로 무서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급속한 체중 감소로 인해 사람의 얼굴이 수척하고 처지고 조기에 노화돼 ‘오젬픽 페이스’로 알려진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인 폴 재러드 프랭크 박사는 “급격하게 살이 빠지게 됨에 따라 축 처진 얼굴이 세계적 유행이 될 수도 있다”고 NBC 방송의 '투데이(TODAY)' 쇼에 출연해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한 부위의 주름이나 눈 주위가 처침이 아니라 관자놀이, 턱 선, 입 주위, 눈 밑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을 조절하고 살을 빼는 데 매우 효과적이어서 약 1년간 오젬픽 복용을 지속했다. 클라크는 한 달 만에 약 4.5㎏를 감량했고 오젬픽 복용을 중단할 무렵 약 16㎏를 줄였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주사만 맞으면 되고 꼬집히는 정도로밖에 아프지 않았고 치료에 도움이 됐기에 쉽게 중단하기 힘들었지만 “기분도 좋지 않고, 기운도 없고, 속이 메스꺼워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말했다. "오젬픽 주사를 중단한 뒤 원래 체중으로 돌아올까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체중이 좀 더 줄어 총 23kg를 빼는 효과를 거뒀다"고 그는 말했다.
클라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특히 당뇨병을 관리하기 위해 이 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세마글루타이드 부족은 정말 절망스럽다”고 밝혔다. 위고비가 다이어트약으로 인기를 얻으며 품귀현상을 빚자 오젬픽을 오프라벨 처방(용도변경 처방)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늘어나 당뇨병 환자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유행은 소셜미디어에 의해 증폭됐다. 세마글루타이드가 기적적인 체중 감소 약물로 입소문이 난 것. 클라크는 틱톡에서 유행하는 ‘오젬픽 챌린지’를 그 원흉의 하나로 지목했다. 매우 정상적 체중을 지닌 사람들이 순전히 더 날씬해 보이겠다는 허영심을 충족하려고 체중감량에 도전하는 바람에 당뇨병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젬픽과 위고비를 모두 생산하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부족을 올해 초까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 병목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로프턴 박사는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비만·과체중을 가진 사람이 약 4000만 명, 당뇨병 환자는 1100만 명이라며 노보 노르디스크의 공급량 확대와 미국 의료보험회사의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