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유전자도 이기는 치매 예방법 6
식단·운동·금연·금주 등... 10년간 3만 명 추적 연구
운동과 금주, 금연, 식단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은 유전적 취약성이 있더라도 기억력 저하를 늦추고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2009년~2019년 60세 이상의 2만 9000명 이상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기억력 테스트와 생활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0년 동안 1만 5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사망하거나 참여를 중단했지만, 연구진은 이들의 일부 데이터도 최종 분석에 반영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기억력검사, 알츠하이머 치매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포이(ApoE) 유전자 검사, 생활습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생활 방식에 따라 유리, 평균, 불리의 3그룹 중 하나로 분류됐다.
이 결과 연구진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6가지의 ‘건강한 생활 방식 요소’를 찾아냈다. 이는 다음과 같다.
▼신체적 운동: 일주일에 적어도 150분의 적정한 운동 또는 75분의 격렬한 운동을 한다.
▼식단: 12가지 식품 중 적어도 7가지를 매일 적당량 섭취한다.(과일, 야채, 생선, 고기, 유제품, 소금, 기름, 계란, 시리얼, 콩류, 견과류, 차)
▼알코올: 술은 가끔 마시거나 아예 마시지 않는다.
▼흡연: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과거 흡연자였던 적도 없다.
▼인지 활동: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뇌를 운동시킨다. 독서, 카드게임, 마작 등.
▼사회적 접촉: 적어도 일주일에 두 차례는 다른 사람과 관여된 활동을 한다. 커뮤니티모임에 참석하거나 친구나 친척을 만나는 것을 포함한다.
연구진은 유리한 그룹(건강한 요인 4~6개)과 평균적인 그룹(2~3개)에 속한 사람들이 불리한 생활방식을 가진 그룹(건강한 요인 0~1개)에 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력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발견했다. 적어도 4가지 건강한 습관을 포함하는 유리한 생활 방식을 사는 사람들은 설사 인지장애나 치매를 겪는다 해도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이 치매 유전자도 이긴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유발 APOE4 유전자를 지난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유전적 위험과 상관없이 기억력 저하를 늦출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준다”고 밝혔다.
연구를 검토한 영국 러프버러대의 이프 호거보르스트 교수(생물심리학)는 APOE4 유전자를 가진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큰 희망을 주는 연구”라고 환영했다. 치매전문가인 케임브리지대의 캐럴 브레인 교수(공중보건의학)는 “대부분의 치매 관련 연구는 서구 고소득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중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수행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치매와 관련해 사회적 고립이나 비만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알려졌지만 건강한 생활방식이 뇌가 잘 늙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규명이 덜 됐다"면서 "규모와 범위로 봤을 때 이번 연구를 이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자부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참여자들의 일방적인 설문 응답에만 의존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호거보르스트 교수 역시 이번 연구 결과 중 일부가 서구에서 실시된 다른 대규모 연구 결과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론 기억력 저하를 줄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 요인으로 균형 잡힌 식사로 봤다. 종전 연구는 식단보다는 신체·정신적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결과는 바람직한 생활방식과 나이가 들면서 인지력 저하가 어떻게 발생하는냐에 대한 광범위한 과학적 합의와 일치한다. 무엇보다 뇌 건강 개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평가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bmj.com/content/380/bmj-2022-07269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