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 29%, 폐업 위기… "지역의료시스템 붕괴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정부지원 끊기자 재정 악화 가속화
미국 전역에서 600여 개의 시골 병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의료보험개혁센터(CHQPR)’의 보고서를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CHQPR 보고서는 환자 수 감소와 증가하는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200개 이상의 시골 병원이 당장 문 닫을 위기에 처했으며 미국 전체 병원의 29%에 해당하는 631개 이상의 시골 병원이 가까운 장래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50개 주 중 43개 주에서 적어도 1개 이상의 시골 병원이 바로 문닫을 위기에 처했으며 20여개 주에선 25%, 10개주에서는 40% 이상의 시골 병원의 고위험에 처했다는 것. 위험에 처한 병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앨라배마, 아칸소, 코네티컷, 하와이, 캔자스, 미시시피, 뉴욕, 오클라호마, 테네시, 텍사스가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정부지원금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연명이 가능했지만 지원금이 끊긴 상태에서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더 줄어 경영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05년~2019년 사이에 미국 전역에서 150개 이상의 시골 병원이 문을 닫았으며 2020년에는 이전 10년의 어느 해보다 많은 19개 병원이 사라졌다. 전염병이 맹위를 떨치는 동안 연방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은 2021년과 2022년에는 6개 병원만 문을 닫았다.
CHQPR의 해롤드 밀러 대표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끝났기 때문에 시골 병원들의 재정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일정한 수의 직원을 당직으로 배치해야 하는 데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이를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시형 병원은 환자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반면 시골 병원은 치료비용을 감당할 만큼의 환자가 찾지 않은 상황에서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해야 하는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의료보험 회사들이 제공하는 진료비가 의료비용 증가 수준을 따라 잡지 못하는데다 인플레이션, 인력 부족까지 겹쳐 지역의료시스템 붕괴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 밀러 대표는 “많은 작은 시골 지역 사회에서 시골 병원이 응급실을 제공하고 치료가 가능하며 엑스레이와 방사선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일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문을 닫으면 “지역사회의 의료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골 병원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공공지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방서가 불이 났을 때만 돈을 받나요? 경찰서가 범죄자를 잡았을 때만 돈을 받나요? 소방서와 경찰서는 화재나 범죄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직원과 급여지원이 이뤄지는데 왜 시골지역의 의료서비스는 환자가 찾을 때 발생하는 수입에 의존하게 놔두는 건가요?”
미국에서 의원급 병원은 진료소(clinic 또는 doctor's office)로 불린다. 이 보고서의 병원이란 응급 기능이 있는 종합병원이다. 단, 한국의 종합병원보다는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ruralhospitals.chqpr.org/downloads/Rural_Hospitals_at_Risk_of_Closing.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