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 노랗게 변하는 아기, 치료할 길 생긴다!

희귀 난치병 '알라질증후군' 치료제 후보 'NoRA1', 동물실험 성공

2019년 온라인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를 통해 알려졌던 영국의 한 살배기 알라질증후군 환아 로건 웹의 생전 모습. [사진=고펀드미]
희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유전적 간질환 알라질증후군(ALGS) 치료를 위해 개발된 신약이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포드번햄의학연구소(SBP)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데이’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알라질증후군은 간에서 담즙을 내보내는 담관의 형성과 재생을 막는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미국에서 매년 약 4000명의 아기가 이 병을 가지고 태어난다. 세계적으로는 10만 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중증인데 이식할 간을 찾지 못할 경우 약 75%가 청소년기에 숨지게 된다.

지난 2019년 온라인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를 통해 알려졌던 영국의 한 살배기 환아 로건 웹(Logan Webb)이 대표적인 사례다. 로건은 이 질환으로 황달이 극심해지면서 피부가 샛노랗게 변하고,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성장도 생후 6개월 수준에 멈췄다. 이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며 로건의 가족은 미국으로 치료를 떠났지만 로건은 결국 2020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로건의 부모는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일부 사람들이 아이를 ‘미니언’이나 ‘노란 외계인’이라 수군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이 같은 증상은 유전자 변이로 담관의 성장과 재생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에 생긴다. 간 안의 담도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담즙정체(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담도, 장 등으로 순환하지 못함)로 이어지며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

SBP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 ‘NoRA1’은 세포 간 신호 시스템인 노치신호경로(Notch signaling pathway)를 활성화시킨다. 연구진은 알라질증후군의 영향을 받은 동일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열대어 제브라피시에게 NoRA1을 투약했다. 그 결과 세포 간 신호전달이 증가해 간에서 발생한 손상을 역전시키고 담관 세포를 재생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실험 중 알라질증후군 치료제 후보 물질인 ‘NoRA1’을 투여했을 때(오른쪽) 대조군보다 담도(형광색으로 염색한 부위) 재생이 활발해지며 담즙 순환(붉은색 표시)이 보다 원활해졌다. [자료=PNAS]
SBP의 청첸 자오 박사후연구원은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나지만, 노치신호경로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알라질증후군 어린이들은 재생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약물로 노치신호경로를 활성화시키면 간의 재생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는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세포에서 추출한 줄기세포에서 배양된 소규모 간을 대상으로 이 약을 실험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더크 동 교수(인간유전학)는 “우리의 치유법은 세포에게 특이한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 재생 과정이 일어나도록 장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라질증후군에도 효과적 치료법이 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NoRA1이 알라질증후군 치료에 성공한다면 특정 암을 포함한 다른 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알라질증후군연합의 로베르타 스미스 회장은 “더그 동 교수 연구진은 알라질증후군에 대한 흥미진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010971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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