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클럽약물’...뇌 소음 높여 망상·환각(연구)
별명 '스페셜 K', 특정 우울증 환자에는 좋은 약효
일부 사람들이 기분 전환을 위해 불법 사용하는 마약류 전신마취제 ‘케타민’이 조현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심각한 망상·환각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등 3개국 연구팀은 케타민이 심한 ‘뇌 소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케타민은 흥분성 뇌 신호의 억제제로 뇌의 시상(간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백질부)과 피질(대뇌, 소뇌의 겉층을 만드는 회백질부) 사이의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
국제 연구팀은 생쥐에게 상당히 많은 양((2.5mg/kg)의 케타민을 주사로 투여한 뒤 미세 전극을 이용해 감각 신호에 반응하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조사했다. 쥐의 수염을 만진 뒤 쥐의 시상, 피질 시스템에서 방출되는 베타 및 감마 진동(감각 정보를 인코딩, 통합하는 데 관련이 있는 뇌파)를 관찰했다. 시상, 피질 시스템은 감각 정보를 감각 지각과 관련된 다른 뇌 영역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신경망이다.
연구팀은 케타민이 뉴런이 뇌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케타민은 정신병과 비슷한 정신상태를 만드는 약물이다. 흥분성 신호를 뇌로 보내는 NMDA(N-메틸-D-아스파르트산) 수용체를 차단함으로써 작동한다. 중추 신경계의 흥분과 억제의 불균형은 뇌가 감각 인식을 처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신분열증 지각장애의 밑바닥에 깔린 가설 가운데 하나는 NMDA 수용체 기능의 변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뇌의 시상과 피질에서 차단 흥분 신호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조현병은 30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발생한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러시아 국립고등경제학연구대 소피아 쿨리코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항정신성 의약품의 실험,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과를 예측하는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케타민이 일으키는 감각정보 처리 장애와 관련해 발견된 뇌의 시상, 피질 전기활동의 변화에 각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연구 결과(The psychotomimetic ketamine disrupts the transfer of late sensory information in the corticothalamic network)는 ≪유럽 신경과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고 미국 과학문화 포털 ‘스터디파인즈(Studyfinds)’가 소개했다.
앞서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케타민은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난치성 우울증이 있으면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외상)를 겪은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맥이나 근육으로 투입되는 주사용 약물인 케타민은 '스페셜 K(Special K)'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국내 유흥업소에서도 불법 유통돼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