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우 샌더스, 펜타닐 중독 사망...한국도 10대 마약 사범 폭증
한국, 마약 청정국 아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의 스핀오프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 타일러 샌더스(18)가 요즘 한국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중독돼 숨졌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시관은 샌더스가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 샌더스는 지난해 6월 LA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의 부모는 성명에서 “사회에 만연한 펜타닐 남용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샌더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며 “샌더스는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려다 사회적으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이 아닌 마약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펜타닐 중독으로 아이를 잃게 돼 매우 힘들며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미국의 사망자는 2019년 5만여 명에서 2020년 7만여 명으로 1년새 약 30% 늘었다. 2021년 10만7600여 명으로 전년에 비해 50% 늘었다. ‘7분에 1명씩 펜타닐 때문에 죽는다’고 할 정도다. 현재 18~49세 미국 청년층의 사망 원인 1위는 교통사고, 총격 사고 등이 아닌 펜타닐 중독이다.
◇ 펜타닐이란 = 펜타닐은 1959년 개발된 마약성 진통제다. 말기암 등으로 죽음을 앞두고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주로 처방한다.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200배, 헤로인의 100배에 이르고 내성과 의존성이 훨씬 강하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구토, 피로감,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호흡곤란이나 불규칙한 호흡으로 산소 공급이 줄어 뇌 일부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한국, 10대들에게 번져 = 펜타닐(주사제를 제외한 패치제·정제)의 국내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1년 148만8325건으로 3년 만에 67% 늘었다. 이 중 10대 이하 펜타닐 처방 건수는 3343건, 20대 2만2205건, 30대 4만5261건으로 7만 건에 달한다. 2019년 펜타닐 처방 건수가 10대 22건, 20대 9567건이었다.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스’, ‘작대기’ 등의 은어로 불리는 펜타닐은 주로 의사에게 거짓말을 해서 처방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펜타닐을 처방하는 소규모 의원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펜타닐 패치제 취급 의원 수는 2019년 774개에서 2021년 1195개로 54% 증가했다. 정제(錠劑) 취급 의원도 2019년 79개에서 2021년 100개로 26% 늘었다. 펜타닐을 쓸 정도로 심각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가 극격히 늘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일부 의원에게 외래 환자의 말만 믿고, 펜타닐을 처방하는 것도 문제다.
마약사범은 2017년 1만 4123명에서 2021년 1만 6153명으로 늘었다. 유엔(UN)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명 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한다.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은 2016년 그 지위를 잃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3.8배 늘었고, 20대 역시 같은 기간 2112명에서 5077명으로 2.4배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