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대체할 코로나19 치료 알약 등장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만큼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은 덜한 새로운 치료제가 3상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NB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중국 제약사인 준시생물과학과 비곤비타(Vigonvita)생명과학이 알약형태로 개발한 VV116은 중국에서 진행된 고위험군 대상 3상 시험에서 위중증 발병을 막아내는 효과가 팍스로비드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822명이 참여한 3상 시험에서 무작위 선정을 통해 384명은 VV116를, 387명은 팍스로비드를 복용했다. 똑같이 5일간 약을 복용한 뒤 평균회복시간(이틀 연속 코로나 증상이 없는 것)을 비교한 결과 VV116 복용군은 4일, 팍스로비드 복용군은 5일이었다. 4주 후 전체 참가자의 약 98%가 회복됐고, 위중증에 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작용은 VV116군이 덜했다. VV116군은 약 67%가, 팍스로비드군은 77%가 부작용을 보고했다. 미각이상을 보고한 경우가 팍스로비드군은 약 26%였던 반면 VV116군은 4%였다. 트리글리세리드(혈중 지방으로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 수치가 높은 경우도 팍스로비드군은 21%였던 반면 VV116군은 11%로 더 낮았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상하이교통대 의과대의 자오렌 교수는 3상시험을 대성공으로 자평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파나가스 갈리아차토스 교수는 “팍스로비드만큼 약효가 좋으면서 부작용이 덜한 약을 갖게 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가 권장하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현재 3종이 있다. 알약 형태로 복용하는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 그리고 주사제로 맞는 렘데시비르다. NIH는 팍스로비드와 렘데시비르를 사용할 수 없거나 적합하지 않은 상황에만 몰누피라비르를 대안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VV116는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성분을 갖고 있지만 주사제가 아니라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게 조제법을 수정한 것이라고 미국 미시간주립대(MSU) 의대의 피터 굴릭 교수는 설명했다.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길리언 사이언스 역시 비슷한 알약을 시험하고 있다.
주사제인 렘데시비르보다 알약인 팍스로비드가 쉽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 치료가 된 줄 알았는데 얼마 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렘데시비르를 맞은 경우엔 재발한 경우가 없다고 굴릭 교수는 밝혔다. 둘째 팍스로비드에 함유된 리토나비르라는 성분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간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복용해선 안 된다. 또 고지혈치료제인 스타틴이나 심장약 같은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VV116은 렘데시비르처럼 이러한 부작용이 덜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갈리아차토스 교수는 밝혔다.
VV116은 아직 FDA 긴급승인을 받지는 못했다. 보통 3상 시험은 3000명 안팎을 대상으로 한다. 팍스로비드의 3상시험도 2200명이 참여했다. VV116의 3상 시험 대상은 1000명도 안됐다. 이 때문에 좀 더 크고 다양한 환자 그룹을 통해 희귀한 부작용을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갈리아차토스 교수는 “희귀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복권과 비슷하다”면서 “100명 중 1명은 당첨되지 않겠지만 100만 명 중 1명은 당첨될 확률이 높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