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집단 좌초는 알츠하이머 때문? (연구)
흰부리돌고래와 큰돌고래 등 3종의 죽은 돌고래의 뇌에서 병변 발견
인간 외에도 치매를 앓는 동물은 많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한 알츠하이머병이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 최근 3종의 돌고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3가지 병변이 처음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유럽신경과학저널(EJN)》에 발표된 영국 스코틀랜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 세인트앤드루스대, 에딘버러대, 모레둔 연구소의 연구진은 22종의 이빨고래류(수염고래가 아닌 고래류) 대상 사후 실험에서 3종의 고래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3가지 주요 뇌 변화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돌고래과에 속하는 흰부리돌고래, 큰돌고래(병코돌고래), 참거두고래였다.
연구진은 뇌 퇴화의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지만 고래와 돌고래 무리들이 얕은 물에 걸리는 이유에 대한 ‘병든 리더’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길을 잃고 헤매는 리더를 따라 이동하다 보니 집단 좌초하게 된다는 것.
3종의 돌고래는 나이가 많았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인간 뇌에서 발견되는 3가지 병변을 보였다.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Aβ)가 뇌의 뉴런을 교란시키는 플라크로 축적됐다. 또다른 독성단백질인 타우 단백질이 뉴런 내부에서 엉킨 채로 모였다.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교세포가 축적됐다.
연구책임자인 글래스고대의 마크 대글레이시 교수(병리학)는 “좌초된 돌고래의 뇌 병변이 임상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인간의 뇌와 유사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손상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람에게서 보이는 동일한 인지적 결함을 유발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연구진은 돌고래와 고래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지 여부는 살아있을 때 검진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래와 돌고래가 알츠하이머병의 뇌병변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처럼 생식 활동을 멈춘 후에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가능한 원인은 2020년 심해에서 발견되는 부리고래에 대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부리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저산소증을 일으켜 알츠하이머와 유사한 병에 취약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대글레이시 교수는 "이들 돌고래가 알츠하이머병 병변 발생 초기 단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게 되면 인류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111/ejn.1590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