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개체 수 급감, 인간 목숨 위협한다? (연구)
농작물 생산 3~5% 줄면서 연간 42만7000명 초과사망 초래
벌의 개체 손실이 환경 악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환경적 건강 관점(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벌은 최고의 꽃가루받이(수분) 매개자다. 이를 통해 농작물 수확량을 증가시키고 건강한 과일, 채소, 견과류의 생산을 촉진한다. 그러나 토지 사용의 변화, 해로운 살충제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벌의 개체수가 줄면서 식량 생산이 줄고 건강하지 못한 식단과 많은 질병을 초래해 과잉 사망을 야기한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하버드대 T H 챈 공중보건대의 사무엘 마이어스 선임연구원은 “생물 다양성 논의에서 인간의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누락되고 있다”면서 “수분 매개자(벌)의 손실은 전립선암이나 약물남용만큼이나 세계적 건강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하버드대의 매튜 스미스 연구원(환경보건학)은 ”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인간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벌의 감소로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세계적으로 농작물과 견과류 생산이 3~5% 줄었다. 이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특정 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켜 연간 42만7000명의 초과 사망을 초래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곤충 개체수가 매년 1~2%씩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곤충 대멸종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곤충의 일부인 벌은 전체 농작물 품종의 4분의 3의 수확량과 관련돼 있기에 벌의 개체수 급감은 건강한 식량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 걸쳐 있는 수백 개의 실험 농장 네트워크의 증거를 사용했다. 벌에 의존적인 작물에 충분한 수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농작물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해 ‘수분 매개자 수확량 격차’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수분의 변화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세계적 차원의 위험-질병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또한 3개의 사례 연구 국가에서 수분 손실로 인한 경제적 가치 손실을 계산했다.
손실된 식량 생산은 저소득 국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국가들은 이러한 낮은 수확량 때문에 10~30%에 해당하는 농업 소득을 잃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건강부담은 비감염성 질환이 더 많은 중위소득 이상의 국가가 더 큰 컸다.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은 일반적으로 남아시아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최빈국 국민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벌 개체 감소로 인한 건강 영향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같은 중위 소득 국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한 명인 국제식품정책연구소(IFPRI)의 티모시 설서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놀라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전 세계의 식량 시스템과 인구의 배후에 있는 요소의 복잡한 역학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유형의 학제간 모델링을 통해서 해당 문제의 크기와 영향을 파악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