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경제’, 노동자 건강 악화시켜"…왜?
저축액과 소득 많아도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건강 악화돼
세계 경제는 정규직 보다는 프리랜서, 우버 기사, 배달원처럼 임시직으로 돈을 버는 사람에 의존하는 ‘긱(Gig) 경제’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긱 경제 체제의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수입에 의존하기에 불안과 수면부족, 더 많은 스트레스와 신체이상으로 인한 건강악화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응용심리학저널》에 발표된 프랑스 이엠리옹 경영대학원의 고든 세이어 교수(조직행동학)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세이어 교수는 배경노트에서 수천 만 명의 미국인이 일정한 급여를 기대할 수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력의 3분의 1 이상인 약 5700만 명이 프리랜서, 우버 기사, 음식 배달원, 조경업자, 임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또 다른 480만 명은 웨이터, 미용사, 택시 운전사, 네일 기술자로 고객의 팁에 의존하고 있다. 또 1500만 명에 가까운 인력이 커미션과 성과급이 일반적인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다.
이렇게 수수료와 팁 같은 성과급에 의존하는 노동자를 양산하는 긱 경제의 밑바탕에는 “성과급과 수수료가 동기 부여나 성과를 높인다는 수많은 연구 성과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임금 약정은 이익 뿐 아니라 비용도 발생시키는데 바로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할 건강비용이라고 그는 밝혔다.
세이어 교수는 불안정한 임금이 이러한 근로자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3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첫째, 팁에 의존하는 85명의 미국 근로자에게 그들의 총 일일 급여와 건강에 대해 2주 동안 매일 온라인 설문 조사에 답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팁이 전체 소득의 평균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밝혔지만 근무일 5일 중 4일만 팁을 받았다.
세이어 교수는 “급여 변동성이 큰 팁 근로자는 그 2주가 끝날 때 더 많은 신체적 증상을 보고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신체적 증상은 두통, 복통, 요통, 눈의 피로와 불면증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내기 위해 세이어 교수는 아마존의 일감 분배 웹사이트 ‘아마존 기계 튀르키예인(Amazon Mechanical Turk‧MTurk)’에 등록한 노동자 375명 대상의 또 다른 연구를 수행했다. 아마존 창고 분류와 택배 관련 단순 업무를 수행하고 소정의 수수료를 챙기는 이들에 대한 3주 동안의 설문조사 결과는 팁 근로자 대상의 연구결과와 유사했다.
세이어 교수는 임금의 극심한 변동을 경험한 MTurk 노동자가 ‘결핍 사고방식’이라고 그가 이름 붙인 불안증세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핍 사고방식은 은행잔고 걱정, 채무 걱정, 생계유지에 대한 걱정, 예상치 못한 청구서에 대한 걱정 등을 말한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 외에도 돈 걱정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중요한 다른 요소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 긴박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고만하다 보니 건강한 저녁이나 운동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 가지 의문점은 남는다. 이런 현상은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고소득을 올리지만 그 소득의 변동성이 큰 사람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세이어 교수는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금융, 마케팅, 영업 분야의 고소득 노동자 252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매월 설문조사에 응답한 세 번째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 역시 급여가 수수료나 보너스에 덜 의존할 때 더 건강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어 교수는 “고소득 그룹에선 관계성은 다소 약하지만 변동성이 심한 급여 형태, 다시 말해 성과급이 총급여의 50~60%를 차지하는 사람에게서 육체적 건강 악화가 관찰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저축액을 갖고 있느냐가 이러한 결핍사고방식에 의해 야기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그는 밝혔다. 또 급여 관련 눈앞의 걱정이 너무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같은 기술도 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의 필립 머스킨 교수(정신의학)는 이번 연구 연구가 단순히 웨이터, 자동차 판매원, 광고 담당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들 역시 환자나 고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 또 얼마나 빠르게 일처리를 하느냐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문제는 단지 긱 근로자나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의 민다 쇼스 교수(산업‧조직 심리학)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람들은 통제력과 자율성을 느끼고, 예측가능한 환경 속에 살고 싶어 하는 기본적 심리를 갖는다는 기존 연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뭔가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집으로 가져가는 돈의 양만큼이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성과급이 정말로 수익에 도움이 되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세이어 교수는 밝혔다. 안정적인 보상을 받는 근로자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과급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할 때 효과가 있다”면서 “급여의 80~90%가 고정 급여에서 나오고 나머지 10~20%가 성과급으로 결정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급여의 변동성을 너무 높임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성과급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킨 교수는 팁을 폐지하는 대신 식사 가격을 올리고 추가 요금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지불해 성공을 거둔 뉴욕의 레스토랑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사람들이 수수료, 보너스, 팁에 의존하지 않도록 임금 체계를 바꾸는 기업 차원의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인센티브제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면서. 한편으론 직원들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면서 그들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갈 수 있도록 하는 창조성의 발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pa.org/pubs/journals/releases/apl-apl0001062.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