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고 착취하고…2022 올해의 단어 ‘가스라이팅’

"내 탓이야" 매일 자책한다면 가스라이팅 때문일 수도

가수 이승기가 음원 수입 정산을 두고 소속사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사진=뉴스1]
미국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가 선정한 2022년 올해의 단어는 ‘가스라이팅’이다. 출판사에 의하면 올해 이 단어에 대한 검색량이 1740% 증가했다.

‘취소 문화(cancel culture)’, ‘오미크론’, ‘LGBTQIA’, ‘왕비’ 등에 대한 검색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출판사가 뽑은 올해의 단어 1위는 ‘백신’이었다.

가스라이팅은 지난해 네이버 국어사전 조회수 1위를 차지한 단어이기도 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가수 이승기 음원 정산 이슈를 놓고 이 단어가 또 다시 등장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를 조정하고 지배하는 일종의 정신학대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마치 일어난 일처럼 조작하거나 죄책감, 자책감 등을 느끼도록 유도해 판단력을 잃도록 만든다. 가해자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 혹은 ‘좋은 사람’으로 포장한 뒤 친절을 베풀며 서서히 접근하기 때문에 그 덫에 빠지기 쉽다. 이는 결과적으로 물리적 폭행, 경제적 착취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뉴포트 연구소에 의하면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해도 가해자는 끝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 탓을 하며 혼동을 일으킨다. 피해자가 목격한 사건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못됐다거나 착각하고 있다고 주입하며, 피해자가 과민반응하는 것처럼 몰아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를 험담하고 있으며 가해자만이 피해자를 이해하고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조작하기도 한다.

정신건강 정보 사이트 ‘베리웰 마인드’에 따르면 내가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구나 의심할 수 있는 징후들이 있다. ▲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거나 ▲쉽게 상처를 입고 불안해하거나 ▲외롭고 무기력하거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거나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비운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사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거나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과거 일을 두고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결정 장애를 겪고 있다면 가스라이팅이 원인일 수 있다.

가스라이팅에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특정인과 일방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진 않은지, 그로 인해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진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장 좋은 건 상대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은 대체로 가정, 직장, 학교 등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관계를 끊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땐 녹취, 증인 등을 통해 상대가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가하고 있다는 증거를 수집해나가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도를 하고 혼자 극복하기 어려울 땐 신뢰할 만한 조력자, 심리상담전문가, 정신건강전문의 등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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