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비싼 보청기 대신?

“꿩 대신 닭” 보청기 197만~1316만원, 애플 에어팟 17만~33만원

애플 아이버드인 ‘에어팟’을 보청기 대신 시용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으로 낙인 찍힐까봐, 보청기 값이 워낙 비싸서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노인들에게 꽤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늙어 보이기 싫어서, 값이 너무 비싸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이 애플 이어버드인 ‘에어팟 프로’ 또는 ‘에어팟2’를 보청기 대신 쓸 수 있을까? 일부 이어버드가 보청기만큼 잘 작동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이를 보청기 대신 사용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만 대북영민총의원(臺北榮民總醫院: Taipei Veterans General Hospital)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애플 사 제품인 ‘에어팟 프로’ 또는 ‘에어팟2’가 보청기에 버금가는 음향 증폭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대북영민총의원 이비인후과 옌-푸 청 박사는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들이 값도 비싸고 사용했다간 자칫 노인으로 낙인 찍힐 수 있는 보청기 대신, 이어버드를 청력보조장치(대체 보청기)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보청기 착용을 위해 난청 환자들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며, 비용도 많이 들여야 한다. 이는 큰 걸림돌이다. 미국에서는 난청 환자 가운데 약 75%가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애플은 2016년 무선 이어폰, 에어팟 및 아이폰을 사용해 소리를 증폭할 수 있는 ‘라이브 리슨(Live Listen)’이라는 기능을 지닌 제품을 출시했다. 에어팟은 이 기능 덕분에 조류 관찰 등 특정 상황에서 쓰는 개인용 음향 증폭기 제품과 비슷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에어팟이 대체 보청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또는 상쇄) 기능을 탑재한 에어팟2, 에어팟 프로 등 2종의 이어버드를 프리미엄 보청기, 기본형 보청기 등 2종의 청력보조장치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경도에서 중등도의 난청이 있는 참가자 21명을 대상으로 이들 4개 장치를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전기 요금이 최근 인상됐습니다” 처럼 짧은 문장을 읽어줬다.

그 결과 에어팟 프로는 조용한 환경에서 기본형 보청기와 비슷한 기능을 발휘했고, 프리미엄 보청기보다는 다소 낮은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팟2는 4개 장치 중 성능이 가장 낮았으나 참가자들이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을 때보다는 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에어팟 프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소음이 참가자의 측면에서 올 때 프리미엄 보청기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줬다. 소음이 참가자의 정면에서 올 때는 두 에어팟 모델 제품이 참가자가 더 잘 듣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에어팟 프로가 에어팟2보다 성능이 더 좋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프리미엄 보청기는 약 1316만원(1만 달러), 기본형 보청기는 약 197만원(1500달러)이다. 에어팟2는 약 17만원(129달러), 에어팟 프로는 약 33만원(249달러)이다. 에어팟 프로는 보청기 기술 표준 5개 가운데 4개를 충족했다.

청 박사는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애플의 무선 이어버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전문적인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버드로 난청 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Smartphone-bundled earphones as personal sound amplification products in adults with sensorineural hearing loss)는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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