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러 가서 담배 끊고 온다?

가천대 길병원 고기동 교수, '입원 시 금연치료 병행 프로그램' 제안

흡연자들도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도 금연을 결심하고, 또 금연에 성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진=유튜브/금연엔노담]
담배가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흡연자들도 익히 알고 있다. 몸이 나빠지거나 비흡연자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지 못할 때면 ‘이제 담배 끊어야지’, ‘그만 피워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한다. 금연 결심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흡연은 중독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도 금연만을 위해 병원을 찾거나 금연캠프에 참여하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흡연자의 고민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치료와 금연 교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병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흡연자가 질환으로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특수한 상황은 적절한 교육을 통해 금연을 유도할 좋은 기회라는 발상이다.

고 교수는 “금연 치료는 의사가 환자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며 “모든 진료 과정에서 흡연 여부를 확인하고 금연의 중요성을 단순하지만 적절하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적인 생활습관병이나 암, 심혈관 질환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 진단을 받거나 입원 치료를 하는 동안 환자의  금연 동기를 강하게 부여할 수 있다. 이 시기는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강한 동기부여에도 금연은 쉽지 않다. 금연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닌 니코틴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진=유튜브/금연엔노담]
강한 동기가 있더라도 금연은 쉽지 않다. 금연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닌 니코틴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체내 니코틴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금단 증상을 느끼며 흡연 욕구가 강력해진다. 불안이나 초조함, 집중력 저하, 우울증, 수면 장애는 물론 금단 증상이 극심할 경우 몸이 떨리고 가슴이 벌렁거린다거나 오한을 느끼고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경우 의료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고 교수는 “금연을 결심했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거나 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면서 ” 여러 이유로 평소 금연 치료를 받기 어렵다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맞는 시기와 장소에서 금연 치료를 연계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 뇌졸중이나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앓은 이후에도 계속 흡연하는 환자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다. 흡연이 이들 질병의 발병 원인 중 하나지만 니코틴 중독 증상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주관하는 행동위험요인조사(BRFSS)를 분석한 결과, 2019년까지 7년 동안 뇌졸중을 앓았던 환자의 39.2%,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30%가 계속 담배를 피웠다.

건강보험공단 표본 자료와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선 허혈성 심장 질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CVD) 환자의 49.4%,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68.8%가 흡연을 지속했다.

고기동 교수는 “우리 사회엔 여전히 금연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다”면서 “의료진은 환자들의 금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의료기관은 금연을 돕기 위한 시스템과 환경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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