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산 1mg으로 자살 줄이기

10년 동안 미국인 1억 6천만 명의 처방전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본 결과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6.2명이다. 또 자살을 생각해 본 사람의 비율은 2019년 4.6%에서 2022년 12.7%로 세 배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향후 2~3년간 급격히 자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엽산을 먹으면 자살 시도가 줄어든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건강 의료 매체 ‘에브리데이헬스’가 이를 소개했다.

지난 9월 JAMA 정신의학지에 실린 이 연구를 진행한 시카고대 생물 통계학 및 의학 교수 로버트 기번스(Robert Gibbons) 박사는 “엽산은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고, 비용이 싸며, 부작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엽산은 잠재적으로 수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엽산은 신체가 건강한 새로운 세포를 만들도록 돕는 비타민 B군이다. 모든 사람에게 엽산이 필요하지만, 특히 임신한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임신 전과 임신 중에 비타민을 먹으면 아기의 뇌나 척추에 결함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기번스 박사는 10년 동안 미국인 1억 6000만 명의 처방전 데이터베이스를 iDEAS라는 통계 스크리닝으로 분석한 결과  엽산과 자살의 관련성을 발견했다.

그는 자살 시도와 약물(보충제를 포함한 900개 이상의 약물)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 중 10개 약물은 자살 시도 증가와 관련 있었고, 44개는 감소와 관련 있었다. 엽산은 자살 시도 횟수가 작게 나타나는 다섯 가지 약 중 하나였다.

엽산을 처방받은 사람 중 절반 이상은 통증이 있어서 처방받았고, 31%는 류마티스성 관절염 환자에게 처방하는 메토트렉세이트를 처방받으면서 엽산 보충제를 같이 처방받았다.

메토트렉세이트는 엽산을 고갈시킬 수 있으므로, 메토트렉세이트는 보통 엽산 보충제와 함께 처방한다. 연구자들은 메토트렉세이트를 먹어 몸속 엽산 수치가 낮아지면 자살 시도가 증가했고, 엽산을 보충하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엽산 보충제와 자살 시도 사이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100개 이상의 보험사에서 자료를 받았다. 입원 환자, 외래 환자 및 처방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살펴 2012년과 2017년 사이에 엽산 처방받은 약 86만 6000 명의 성인들을 추려냈다.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처방전을 받은 때와 자살 시도 시기를 상호 참조해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엽산을 상쇄하는 메토트렉세이트를 복용한 사람도 찾아냈다. 5년 동안의 기록을 살펴본 결과 엽산을 복용하고 있을 때 벌어진 자살 행위(자살 시도 및 고의 자해)가 261건이었지만, 같은 그룹 사람들이 엽산을 복용하지 않을 때 기록된 사건은 895건이었다.

연구원들은 매일 엽산 1mg만 먹어도, 자살하는 비율이 44% 정도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엽산 보충제를 더 오래 복용할수록 위험은 더 낮아졌다. 2년간 추적 조사기간 동안 엽산 복용자의 자살 미수 시도는 5%씩 추가로 감소했다.

또 2017년 12월 ‘정신과학연구저널’에 실린 43건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보다 엽산 수치가 낮았다. 2021년 12월 정신의학 프런티어(Frontiers in Psychietry)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우울증 환자의 엽산 수치와 자살 시도 사이의 높은 연관성을 보여 주었다.

기번스 박사는 “엽산의 효능에 대한 대규모 시험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으며, 유의미한 결과가 또 다시 명확히 발견된다면, 엽산 보충제는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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