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 유방암 치료...‘임신·가임력' 상담 필수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교수, "젊은 유방암 환자, 암 치료로 임신 기회 놓치는 경우 많아"
국내 1위 여성암인 유방암은 젊은 환자들이 고령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병이 상당부분 진행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여성에게 생기는 유방암이 더 공격적이어서 치료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유방암에 걸리면 임신에 대한 고민없이 암 치료를 시작해 임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이후에 임신 가능하도록 돕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에 집중하느라 치료 시작 전에 향후 임신에 대한 고민과 준비 없이 유방암 치료를 시작해 임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임신 및 가임력 보존에 대한 상담이 암치료 전에 시작되어야 하지만 유방암이 무섭고 치료에 장애가 될까 임신 방법에 대해선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희정 교수는 "의사는 3~5분 진료에 유방암 치료에 대한 설명도 버거운 게 현실"이라며 "유방외과, 종양내과, 산부인과, 정신건강 의학과 등 관련 여러 의사들이 함께 환자를 보는 다학제 진료가 이뤄진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함께 고민할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암 치료를 받으면 항암제 독성으로 난소 기능이 감소하게 된다. 항암 치료가 아니더라도 항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최소 5년간 임신이 어렵다. 다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난자 동결이나 배아 동결을 통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또 난소 일부를 채취해 동결보관 후 난소 이식으로 아이를 낳거나, 항암치료 시 난소기능 억제 주사를 투여해 항암제의 난소 독성을 감소시키는 방법도 가능하다.
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사업단(PACEN)’ 과제로 젊은 유방암 환자의 향후 임신 준비를 돕기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 여러 진료과 의사들과 환자 대표, 의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환자용과 상담 전문가용 교육 책자, 동영상 등을 만들어 보급한다.
전국 9개 병원, 40세 이하 유방암 환자 가운데 프로그램에 따라 진료, 상담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가임력 보존 시술을 선택한 비율, 임신 및 만족도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환자들이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표준화된 상담을 받고 임신과 관련된 선택에 도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으로도 상담이 가능할 전망이다. 환자들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환자 중심 치료연구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