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처럼 해내다.. ‘자폐’ 한국인, 장애인 US오픈 우승

제2, 제3의 이승민 나오길... 발달장애도 ‘직업인’으로 성장 기대

이승민이 21일 미국에서 열린 장애인 US오픈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 결정 직후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그는 발달 장애 3급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초대 챔피언 이승민을 축하했다. [사진=USGA]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우리 승민이를 보면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실제 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는 의욕을 높였으면 좋겠어요.”

아들의 우승이 결정되자 어머니 박지애(56) 씨는 연신 눈물을 닦았다. 자폐 스펙트럼 아들의 골프 뒷바라지에 10년 넘는 세월… 어머니는 항상 아들이 잠든 모습을 본 후 침대로 향했다. 아들보다 먼저 일어나 골프 장비를 챙겼다. 어머니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발달 장애 3급 골프선수 이승민(25)이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에서 열린 장애인 US오픈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초대 우승에 올랐다. 올해 신설된 이 대회에서 연장 승부 끝에 스웨덴의 펠리스 노르만(발달 장애)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이승민이 기자회견에서 “할 수 있다!”를 여섯 번 되뇌이며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과 부모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 대회에는 다양한 장애를 지닌 전 세계 96명의 골퍼가 참가했다. 이승민은 피말리는 연장 승부 끝에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최종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인 이승민은 3타를 줄이며 맹추격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과 나란히 합계 3언더파 213타를 기록했다. 17·18번홀 2개홀 합산 방식으로 연장에 들어갔다. 이승민은 버디·파를 기록해 파·보기를 한 노르만을 2타차로 제쳤다.

이승민은 두 살 무렵 선천적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10년여 미국 등에서 생활한 그는 어려서부터 파란 잔디에 하얀 공이 날아다니는 골프를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 이거 하고 싶어” 서툰 말로 얘기했다. 골프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골프 뒷바라지를 결심했다. 골방에만 있는 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선 골프 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자폐로 중고교 골프대회에서 경기 진행이 느려지자 어머니는 “죄송합니다”를 달고 살았다. 그래도 골프를 계속 했다. 이승민은 고교 2학년이던 2014년 세미 프로골퍼 자격증을 땄고 3년 뒤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사상 처음으로 발달장애 선수가 1부 투어 프로 선발전을 통과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자폐 스펙트럼 특유의 증상인 낯선 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던 증상도 점차 좋아졌다. 발달 장애 2급에서 완화된 3급이 됐고 말하는 능력도 좋아졌다. 이승민은 US오픈 시상식에서 영어로 감사의 글을 읽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닌 그는 영어가 가능하다.

이번 대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골프채널이 대회 내내 방송을 내보내는 등 현지 매체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애인 US오픈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했다.

이승민의 우승을 계기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도 현실에 적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선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도 있다. 우리나라도 직업을 가진 발달 장애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물론 증상이 심한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발달 장애에 대한 정부, 국민들의 지원도 더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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