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옆 테이블 손님이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며 건방지게 군다. 이런 상황에 부딫치면 내 일이 아니어도 상당히 불쾌해진다. 무례한 태도는 전염병처럼 번지는 성질이 있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런 논리는 1999년 ‘경영 아카데미 리뷰(The Academy of Management Review)’에 실린 논문에서 나왔다. 이 논문에 따르면 직장 내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사무실에 무례함이 만연하게 된다.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과 연구팀이 이를 증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대학원생 90명을 대상으로 2명씩 짝을 지어 협상을 하도록 했다. 협상 뒤 파트너에 대한 호감도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이같은 게임을 총 10명의 파트너와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그 결과 무례한 태도의 파트너를 만난 사람은 다음 협상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 벨라라는 학생이 알란이라는 무례한 학생과 협상을 진행했다면 벨라는 알란에 대한 호감도에 낮은 점수를 매긴다. 다음 파트너인 칼과 협상할 때 이번엔 벨라가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식으로 무례함이 전파된다는 것이다.
무례함은 왜 전염되는 성질이 있을까. 연구팀은 두 번째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단어 인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 연기자 한 명을 섞어두었다.
이 연기자는 실험실에 뒤늦게 도착했고, 연구팀은 그의 지각을 무례한 태도로 나무랐다. 참가자들은 연기자가 구박 받는 상황을 지켜본 뒤 단어 인지 테스트를 받았는데, ‘막돼먹은’, ‘뻔뻔한’과 같이 무례함과 연관이 있는 단어를 빨리 인지했다. ‘무례함’이라는 상황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본인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반응도 확인했다. 동료끼리 언쟁을 벌이는 영상을 보도록 한 뒤 서점이라는 가상 상황을 만들어 고객의 문의에 답변 메일을 보내도록 했다.
고객의 문의내용이 중립적인 톤일 때는 참가자들 역시 중립적인 답변 메일을 보냈다. 문의 내용이 공격적일 때는 참가자들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공격적인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본 것과 상관없이 고객의 태도에 좌우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세 번째 고객 문의는 다소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가령 “주문한 책들이 꼭 필요한데요, 내가 무리한 요구하는 건 아니죠?”와 같이 태도가 무례하다고 단정하기 애매한 표현이다.
이번에는 참가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동료들이 언쟁하는 동영상을 보지 못한 참가자들은 비교적 중립적인 답변을 한 반면, 무례한 상황을 목격한 참가자들은 고객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험을 통해 무례한 태도는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목격한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나 직장처럼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무례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 있다면 같은 공간의 다른 동료들도 이런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무례한 태도의 악순환을 끊어낼 방법을 찾는 것은 다음 과제로 남았다. 연구는 ‘응용심리학저널(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