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치매약 '아두헬름'...국내 신약 어디쯤?
미국 제약사인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듀헬름'(아두카누맙)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치료제가 거의 없는 알츠하이머 신약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에도 관심이 몰린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기전과 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치료제 개발도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과인산화 타우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발생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바이오 업체는 젬백스앤카엘, 차바이오텍, 아리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이 있다. 젬백스와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의약품을,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 아리바이오는 다중표적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에 돌입한 곳은 젬백스앤카엘인데,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핵심 후보물질인 'GV 1001'의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인하대병원을 포함해 국내 50여개 병원에서 936명 환자에 실시된다. 이 약물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GV1001은 해외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2019년 5월 FDA에서 해외 임상2상 승인을 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이 개발 중인 핵심 후보물질 'NLY01' 역시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지난 2020년 임상 2b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아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작용기전은 기존과 다르다.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 억제를 통한 신경 독성물질 분비 차단으로 작동한다.
차바이오텍은 줄기세포 치료제 기반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CB-AC-02'를 개발하고 있다. 작용기전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정맥주사(IV) 방식으로 주입된다는 특징이 있다. 2016년 임상 1/2a상에 돌입했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63억4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로 조사됐다. 2026년까지는 연평균 6.5%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치료 약물이 없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최근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이 FDA에서 임상 4상 진행을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주목받았다. 최초의 알츠하이머 근본적 치료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유효성 부족 사유로 한 차례 거부당하고, 추가 승인 신청은 자진 철회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바이오젠은 아두헬름과 유사한 기전의 새로운 치료제인 '레카네맙'도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지난달 FDA에 생물제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올 하반기 3상 데이터를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신약 발굴 움직임은 활발하다. 미국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세계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물질은 143개다. 임상시험은 총 172건 이뤄졌다.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은 31개(임상 47건)다. 임상 2상이 82개, 1상은 30개 연구가 진행됐다.
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김지운 연구원은 “현재 근원적 치료법이 없지만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 조기진단과 새로운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 사용은 치료제 개발에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환자의 뇌척수액을 통해 질병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측정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다만 뇌척수액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한 바이오마커 분석에는 조기 진단시 여전히 한계점이 있다.
김 연구원은 “검사 대안으로 혈액 내 바이오마커 기반의 알츠하이머 진단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아밀로이드베타, 타우, 인산화 타우 외에도 미세신경섬유 경쇄, 교섬유산성단백질 등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