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마셨는데 왜 나만? 술 적게 마셔도 알코올성 간염 걸리는 이유
매일 술을 마시는 것도, 과음하는 것도 아닌데 알코올성 간 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반면 술을 많이 마시는데도 간수치는 정상인 사람도 있다. 알코올성 간염을 일으키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성 간염 원인이 흔히 알려져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공격 인자)가 아닌 간에서 항산화 작용(방어 인자)이 약한, 즉 선천적인 요인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간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 빨리 취해’라는 말이 틀렸다는 사실이 판명된 셈이다.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간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이런 방어 메커니즘이 유전적으로 약하면 남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간 질환에 걸리기 쉽다.
연구팀은 한국유전체역학연구(KoGES) 대상자 2만1919명(40~79세)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알코올성 간염이 있는 군과 없는 군으로 나누고, 그룹별로 비음주군·적정 음주군·중증 음주군 등 3개 군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유전체 단일 염기 변형(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NP) 발현, 즉 환자군마다 유전자 변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것과 상관없이 알코올성 간염 환자군은 간 해독과 항산화 작용(산화되는 화학 반응을 억제)을 담당하는 효소인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유전자 변이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적정 음주군도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으면 HNF1A·ZNF827 유전자 변이·발현이 억제됐다. 같은 술을 마셔도 누구는 간 질환에 걸리고, 누군가는 걸리지 않는 것은 유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범택 교수는 “강한 방어 인자도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유전자만 믿고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염, 간경화 등 간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해장음식도 조언했다. 음주 다음날 콩나물이나 황태 해장국이 좋은 것은 알코올 분해보다 글루타치온 등 항산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교수는 “항산화 효과가 좋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이 숙취 해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간장학(Hepat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