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가 우선? 非코로나 환자는? 우선순위 혼돈

22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의 중환자실이 음압병실로 교체되고 있다. [사진=뉴스1]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객선인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당시, 선장은 여자와 어린이를 먼저 구명정에 태울 것을 승인했다.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우선순위를 정한 것.

여자와 아이를 우선으로 둔 것은 합리적인 원칙이라기보다 기사도 정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어쨌든 당시로써는 최선이었을 이러한 원칙조차 없었다면 타이타닉 호는 질서 마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익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현 코로나 시국에서 의료인들은 선장처럼 매순간 목숨을 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 코로나 환자가 우선인가, 코로나 환자 중에는 누가 먼저인가 하는 부분이다.

목숨을 걸고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어렵고 잔인한 일이지만, 의료 붕괴 위기에 놓인 현재의 무질서가 더욱 가중되지 않으려면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사회의 암묵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

현재 정부는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바닥나는 위기에 놓이면서 코로나 중환자는 입원한 지 20일이 지나면 일반 병상으로 옮기라는 지침도 내렸다. 20일이 지나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일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이어나가면 된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20일 이후에도 감염력을 갖고 있는 코로나 환자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병실을 옮기면 다른 비코로나 환자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증상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원 20일 이후 일괄적으로 병실을 옮기도록 하는 게 병상 확보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있는 코로나 환자에 의해 감염된 환자가 코로나 병실로 이동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코로나 위중증 환자들이 코로나 위중증 환자들의 후순위에 놓이지 않도록 세밀하고 치밀하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코로나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치료 우선순위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경북대 의과대학 핵의학교실 이재태 교수는 현 코로나 상황에서 의료윤리의 원칙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그의 공저서 ≪K-방역은 없다≫를 통해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등의 장비를 노인과 기저질환으로 치명률이 높은 환자를 살리는 데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젊고 회복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우선 배분함으로써 사회체계 유지에 힘써야 할지라는 어려운 질문에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종교단체나 죄수처럼 사회적 공분의 대상인 집단도 같이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차별의 문제와도 겹친 윤리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료 인력과 인프라는 한정돼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원칙을 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내려야 한다.

타이타닉 호는 여자와 아이를 먼저 살리자고 합의했고, 1960년대 미국은 신장투석기 치료를 받을 환자를 정할 때 이혼 여부와 사회적 성공 여부 등을 따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성숙해진 사회다. 코로나 환자와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 우선순위는 어떻게 둘 것인가, 코로나 환자 중에서는 누구를 먼저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품격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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