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펫, 치매 환자 인지력 개선에 도움 (연구)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걸린 환자 곁을 반려동물이 충실히 지켜주는 풍경.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이다. 자기 몸 하나 돌보기도 힘든 사람이 반려동물까지 챙길 여력이 없기 때문에 비극적 결과만 초래될 뿐이다.
하지만 만일 그 반려동물이 숙식을 따로 챙겨줄 필요가 없는 로봇이라면? 흥분한 강아지가 연신 흔들어 대는 꼬리와 무릎 위에 웅크린 고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안개에 휩싸인 환자의 아름다운 추억을 불러일으켜주지 않을까?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 간호학과의 리사 비제 교수와 동료들은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걸려 데이케어센터에서 지내는 12명의 노인을 상대로 시험을 실시했다. 각 참가자에게 이름 지을 수 있는 고양이 로봇 한 마리가 할당됐다. 사람이 쓰다듬어주면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고양이 로봇이었다. 참가자들은 동물이 아니라 로봇이란 설명을 듣고 12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고양이 로봇과 30분을 보냈다.
연구진은 연구 참가자들이 고양이 로봇에게 웃고 말하는 것을 발견했다. 정서적 안정이 좋아졌고 치매 관련 활동도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기분을 세 가지 척도를 사용해 평가한 결과 모든 기분 점수가 향상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험을 마친 뒤 인지력 테스트에서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사전 테스트 때보다 주의력과 계산력 및 언어능력이 ‘약간’에서 ‘중간’ 정도로 향상된 걸로 조사됐다.
연구결과는 최근 《정신건강 간호학》 저널에 개재됐다. 비제 교수는 "로봇 반려동물은 기분, 행동, 정신적 예민함을 향상시키는 한편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분 개선과 행동 개선은 간병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나 알츠하아머병은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미국에서만 노인 3명 중 1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로 인해 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는 종종 우울증, 공격성, 불안감을 포함한 행동과 심리적인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 반려동물 효과에 대한 연구는 좀더 진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니카 모레노 알츠하이머 협회 수석보호국장은 “치매를 앓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웠거나 애착이 있었을 경우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동물 알레르기가 있거나 반려동물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에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간병인의 주의를 부탁했다. 그는 또 “알츠하이머 환자는 질병 단계에 관계없이 항상 존엄성과 존중, 온전한 인격체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로봇 반려동물과 같은 기기는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돼야 하며 관계를 대신하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의 원문은 다음 인터넷 주소(https://www.tandfonline.com/doi/abs/10.1080/01612840.2021.1979142?journalCode=imhn20)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