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어린이 대상 풍토병 될까?
코로나19가 미래엔 노인이 아니라 어린이를 감염시키는 홍역과 수두 같은 풍토병(endemic)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11일 국제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온라인에 게재된 미국과 노르웨이 연구진의 공동연구의 결과다.
이들은 미국, 영국, 유럽, 중국, 브라질 등 11개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베타 변이의 연령대별 모델링을 통해 1, 10, 20년 후의 코로나19를 예측했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근절되는 것이 아니라 계절성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 주요 타깃이 현재의 노인에서 유아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봤다.
교신 저자인 미국 펜실베니이나주립대의 오타르 비에른스타 생물학과 교수는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접했을 때 쓰는 용어인 ‘버진 대유행’의 한가운데에 있다”면서 “홍역이 최초 발병할 때나 천연두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바이러스를 처음 접했을 때도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성인은 예방접종이나 다중노출로 면역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바이러스는 아직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는 영유아를 주로 겨냥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베타 변이 2종도 어린이들에게 비교적 센 감기 증세를 유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비에른스타 교수는 말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지만 중증환자는 많지 않다”면서 “이를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1889년과 1890년에 걸쳐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아시아독감 또는 러시아 독감의 사례를 들었다. 이 독감으로 당시 사망자가 약 100만 명에 이르렀으며 그 대부분은 70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이 세계적 대유행병(팬데믹)은 HCoV-OC43 인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이 바이러스는 “생후 7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어린이에게 유행하는 가벼운 반복 감염성 감기 형태의 풍토병이 됐다”고 비에른스타 교수는 밝혔다. 그는 “이처럼 풍토병이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팬데믹 초기처럼 바르게 변이를 일으키지 않게 되면서 사망률도 극적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풍토병이 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망뮬은 “말 그대로 0.000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박멸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다소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예측지만 코로나19가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 논문을 검토한 테일러 헬드-사전트 의학박사가 지적한 이 논문의 한계를 언급한 대목을 들어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델타 변이 같은 특이한 변이가 발생할 경우 팬데믹에서 풍토병으로 잦아드는 경로를 극적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