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방접종 포기하게 만든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19일 예약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원으로 등록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27일 예방접종을 할 동네 의원 예약까지 마쳤다.
예약 일을 닷새 앞둔 22일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람이 무더기로 나와서 과연 백신을 맞아야 할지 불안했다. 하지만 의사 친구와 상의한 뒤 백신을 맞기로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 상태를 확인했더니 ‘미확인’으로 표시돼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예약 상태가 ‘확인 완료’일 경우 의료기관에서 이미 확인된 예약 내역입니다”라는 설명이 있었다. 다시 예약한 의원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의원의 여직원은 “예약이 돼 있지 않다”면서 “그냥 오시면 된다”고 말했다. 예약이 안 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그냥 가면 되는데 왜 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예약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22일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예진표를 작성할 때도 그랬다. 예진표를 다 작성하고 등록하려고 했더니 체중이 빠졌다고 나왔다. 당연히 체중을 적는 난으로 돌아갈 줄 알았더니 처음부터 예진표를 다시 작성하게 돼 있었다. 다시 작성했더니 이번에는 전화번호가 잘못됐다길래 수정하려고 했다. 역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작성해야 했다. 어떻게 시스템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놨을까 싶어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작성해서 등록을 마치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이런 ‘웹 페이지 메시지’가 떴다.
“전자문서 뷰어를 먼저 설치하신 후 작성된 PDF 문서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자문서 뷰어 화면 하단의 본인(법정대리인, 보호자)의 공인인증서 [서명] 후 뷰어 화면 좌측 상단의 [전자문서등록] 버튼을 클릭하시면 제출 완료됩니다.”
예약이나 예진표 작성 과정에서 전자문서 뷰어를 설치하는 과정은 없었다. ‘웹 페이지 메시지’ 끝에 있는 확인을 눌렀지만 전자문서 뷰어를 설치하는 곳으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어디서 전자문서 뷰어를 설치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는 결국 예진표 작성을 포기하고 예방접종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90년대 초부터 인터넷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불편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외국의 기업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홈페이지에서 예약도 많이 해봤다. 내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데 이렇게 불편하면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위해 인터넷으로 예약하다가 혈압 오른 60대 이상 고령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정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가 이렇게 이용하기 어렵고 불편하게 돼 있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무엇보다 해당 공무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질병관리청 직원들이 스스로 이용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 파악할 수 있는 문제다. 그걸 알고도 이렇게 불편하고 거의 작동 불능 상태로 방치했다면 알았든 몰랐든 직무유기이고 무능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격상됐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대국민 서비스의 질도 격상되는 게 당연하다. 홈페이지 예방접종 예약 문제부터 파악해 개선할 것을 기대한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전자서비스가 다 그 모양입니다. 어떻게 골탕을 멕여버릴까 작심을 하고 만든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돈 들여(용역을 줘서) 저 따위로 만든 소프트웨어를 쓴 다는 게 말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