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 여성 폐암, 왜 늘까? 뜻밖의 위험요인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의외의 위험요인이 여성의 폐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펴낸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 메디컬센터의 웨이 쳉 박사 연구팀이 저술한 논문 (Overall and Central Obesity and Risk of Lung Cancer: A Pooled Analysis)에 따르면, 비만의 정도가 낮아도 허리둘레에 살이 찌는 비율이 높을수록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2년 동안 진행된 12건의 코호트 연구에 포함된 2만 3732 건의 사례를 통합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코호트 연구는 폐암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분석한 것이다. 그동안 비만과 폐암 발생의 관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논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낮아도 허리둘레에 살이 많으면 폐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BMI는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얻은 값으로 BMI가 23이상이면 과체중, 25이상이면 경도 비만, 30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허리둘레로 측정한 복부 비만의 기준은 성인 남자는 90센티미터 이상, 여자는 85센티미터 이상이다. 복부비만 특히 내장 지방이 축적되는 경우 비만 관련 대사질환의 위험성이 높다.
- 비만이 폐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
비만은 호흡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호흡기계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한 사람들은 상부 기도의 반사작용이 떨어지고 호흡 중추 조절에 문제가 있어 폐 기능 저하와 함께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이 숨이 차는 증상을 자주 느끼는 것은 심장뿐만 아니라 폐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폐의 선암은 폐암 종류 중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폐의 끝부분에서 잘 생기고 여성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걸린다. 다른 폐암 세포보다 크기가 작아 발견이 쉽지 않고 림프절, 간, 뇌, 뼈 등으로 쉽게 전이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암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발생 빈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 여성은 남성보다 폐암에 취약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폐암 발생률은 여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미국 내의 남성 27만 9214명, 여성 18만 4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남녀가 비슷했지만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1.3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여성이 간접흡연에 더 취약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비흡연 여성은 치명적인 폐암인 선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 남성보다 더 높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담배의 발암물질에 취약하다. 담배 필터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간접흡연 연기는 더욱 위험하다. 남녀 흡연자를 비교할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보다 흡연 기간이 짧더라도 더 빨리 폐암에 걸렸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 폐암은 국내 여성 암 5위, "비흡연자가 88%"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7252건으로 여성의 암 중 5위였다. 폐암 환자의 남녀 성비는 2.3대 1로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성들이 더 많다. 남성 폐암 환자는 1만 7015건으로 남성의 암 중 2위를 차지했다. 70대가 36.2%로 가장 많았고, 60대 26.8%, 80대 이상 17.3%의 순이었다(국가암등록통계 자료).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중노년 여성 가운데 폐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요리를 하는 주방 환경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요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국립암센터가 폐암 수술을 받았던 여성 환자 831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730명(87.8%)이 흡연 경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 유독 음식 연기에 오래 노출된 여성, 정기 검진해야
간접흡연도 직접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담배 연기의 발암 농도는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보다 담배의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가 훨씬 강하다. 간접흡연자의 85%가 담배 끝의 연기에 노출된다는 통계가 있다. 여기에다 수십 년 동안 조리 과정에서 유독 연기나 가스와 접촉한 여성이라면 폐암 위험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없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진행한 후에도 기침, 가래 등 감기 증상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폐암 중 선암은 주로 기관지의 끝에서 생기므로 단순 X-선 촬영에서는 조그마한 폐 결절이나 폐렴 같은 그림자를 보이기도 한다. 담배 연기나 요리 시 유독 연기에 오래 노출된 여성은 매년 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허리둘레 비만이 심한 여성도 정기적으로 폐 검진을 하는 것이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사진=Douglas Olivares/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