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국가 연명 의료 시스템 ‘보이콧’
연명 의료 관리 기관이 등록 시스템에 대한 개선 대책을 내놓았으나 의료 기관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월 4일 정식 시행된 연명 의료 결정 제도에 따르면 의료진은 환자가 작성한 연명 의료 계획서를 연명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intra.lst.go.kr)에 직접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서울대병원은 “정부의 연명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이 안정화되기까지 전산 등록을 보류하고 이행서 사본을 우편으로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분초를 다투는 의료 현장에서 몇 단계에 걸친 공인 인증 시스템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환자 1명의 전산 입력 작업에만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점, 입력 내용을 수정하려면 관리 기관에 별도 공문을 보내야 하는 점 등이 문제 상황으로 지적됐다.
이에 관해 연명 의료 관련 기관의 관리 책임을 맡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측은 연명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 개선 계획을 12일 발표했다. 각 병원의 전산 시스템과 연명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 간 연동을 위해 제공한 개방형 API를 적극 홍보하고, 오는 19일부터 담당 의료진이 아닌 해당 의료 기관의 관리자로부터 승인받은 등록자가 서류 입력 업무를 대신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측의 반응은 싸늘하다. 관리 기관의 대책 발표에 대해 권용진 서울대병원 연명의료결정법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따로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관련 대책을 관리 기관 사이트를 통해서만 공지했을 뿐, 문제 제기를 한 의료 기관에 직접 피드백하지는 않은 것.
개선 방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권용진 위원장은 “개방형 API 홍보 대책은 서류 작성 여부를 확인하기 쉽게 해주겠다는 것이지 입력 과정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노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이 아닌 ‘등록자’가 입력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명절을 앞두고 얼마 안 되는 기간 동안 어떤 근거를 통해 업무 대행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권용진 위원장은 “서울대병원은 연명 의료 정보 처리 시스템을 보이콧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를 포기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시범 사업 종료 후 현재까지 파악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관리 기관의 임기응변식 대처가 이어지고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