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해도...병원 가면 대기하는 이유
왜 병원은 예약을 하고 방문했음에도 환자를 매번 기다리게 만드는 걸까?
환자가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환자가 예약보다 미리 도착했거나, 앞서 진찰받는 환자가 지연되거나, 응급 환자가 불쑥 끼어들거나...
그러나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병원의 대기시간이 긴 이유는 병원이 의도적으로 의사가 아직 진찰을 시작할 수 없는 시간에 환자의 예약을 잡기 때문이다.
병원이 그러는 이유는 돈 때문. 의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환자의 스케줄을 짜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가 대기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측면은 무시된다.
캐나다 브로크 대학교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충하는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지 모색했다.
연구진이 환자 664명의 병원 도착, 대기, 진료 시간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더니, 50% 가량의 진료는 예약시간에 비해서 늦게 시작됐다. 정시에 진료가 이뤄진 경우는 20%에 못 미쳤다. 진료가 늦게 이뤄진 까닭은 대부분 의사 쪽 문제였으며 환자가 지각한 경우는 드물었다.
시뮬레이션은 먼저 의사의 업무 시작시간과 종료시간 부근에 예약을 조밀하게(8~9분 단위로) 배치하되, 중간 시간대에 여유(11~12분 단위로)를 두는 방안을 추천했다. 의사들은 그 시간대에 매우 바빠지겠지만, 환자들의 대기시간은 줄었다.
시뮬레이션은 또 예약을 2~3개씩 덩어리를 지어 조밀하게 배치하되, 덩어리 사이에는 여유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사들이 예약 덩어리 안에서는 바빠지는 대신, 덩어리 사이의 여유시간이 완충작용을 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했다.
환자 예약 스케줄이 최적화되면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의 효율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환자들은 다음 예약을 위해 기다리는 주 혹은 월단위의 기간을 줄어 더 자주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보건 정책적 관점에서도 의사나 병상을 늘리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드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Chaikom/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