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와 성인초기 학습능력 우수

잠재된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가급적 일찍 교육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이 같은 종래의 관점에 따르면 유아기는 학습을 시작하기 좋은 때다. 새로운 언어는 일찍 배우기 시작할수록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과 유창한 말솜씨를 구사할 수 있단 점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청소년기 이후 오히려 학습능력이 잘 향상되는 분야도 있다는 관점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뇌는 해부학적으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유연하다. 학습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는 시기란 의미다. 특히 뇌의 전두전엽과 두정엽이 두드러지게 변화 가능하다. 이 두 영역은 추상적인 사고와 연관된 부위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유아기에 이어 지적인 자극에 재빨리 반응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생기는 때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서도 특정 유형의 능력은 유아기 이후 한동안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1~33세 실험참가자 600명을 모집해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다. 각 그룹은 서로 다른 능력을 요하는 훈련을 받았다. 첫 번째 그룹은 ‘다수 식별’이란 훈련을 받았는데, 이는 모니터 스크린에 등장한 점의 개수가 몇 개인지 재빨리 추정하는 방식의 훈련이다.

두 번째 그룹은 지능지수(IQ)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상관적 추론’ 훈련을 받았다. 도형 퍼즐들을 보고 규칙과 상관성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은 ‘표정 인지’ 훈련을 받았다. 두 장의 얼굴 사진을 보고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훈련이다.

이 같은 훈련은 암기를 통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추상적인 사고와 패턴 인식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실험참가자들은 총 20일간 온라인상에서 매일 최대 12분씩 이 같은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종료된 시점과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시점 두 차례에 걸쳐 실력 테스트도 봤다.

그 결과, ‘표정 인지’ 훈련을 받은 실험참가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반면 나머지 두 그룹은 훈련 효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는 실험참가자들의 나이와도 연관성을 보였다.

가장 어린 실험참가자들인 11~13세 아동보다 청소년 후반기인 16~18세 사이의 실험참가자들이 두 번째 훈련에 대한 학습효과가 뛰어났다. 실력 향상 속도가 아동의 2배 이상 빨랐다. 20대와 30대 초반인 성인초기 실험참가자들도 아동보다 학습효과가 좋았다.

훈련효과를 봤다는 것은 뇌에 새로운 신경회로가 구축됐다는 의미다. 즉 청소년기 후반과 성인기 초반에도 뇌는 신경가소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단 이 같은 연구결과가 도출될 수 있었던 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동보단 청소년과 성인이 학습요령이 있기 때문에 해부학적 가소성과 무관하게 학습능력이 향상됐을 수도 있단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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