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구속...가습기 수사 후 첫 구속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이슈화된 2011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구속된 피의자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우 영장당직판사는 7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며 이날 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은 전날 수뢰후 부정처사-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조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연구 결과를 조작하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조 교수는 옥시 측으로부터 연구비 명목으로 2억5000여만원과 함께 자문료 1200만원을 별도로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 측이 자신이 낸 보고서를 짜깁기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에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만 검찰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문료도 연구실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정식으로 영수증 처리까지 했다며 억울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2011년 11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에 위해하다”고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 호서대에 실험을 맡겼다. 조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은 1차 실험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쥐의 새끼 15마리 중 13마리가 어미 뱃속에서 죽었다’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옥시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대상으로 한 2차 실험을 토대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영장실질심사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는 독물로 인한 중독의 진단, 치료 및 예방 등을 다루는 독성학 연구에 관여해왔다. 검찰은 지난 4일 조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긴급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