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도 극찬... 사진 한 장에 표현된 삶의 양면성

여왕도 극찬... 사진 한 장에 표현된 삶의 양면성

 

이재길의 누드여행(16)

인간을 향한, 인간을 위한 표현의 도구, 바로 그것은 ‘예술’이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면세계를 증명하는 유일한 도구로써 우리의 삶과 절대적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삶의 색깔은 무수히 많이 이루어져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서로 다른 색깔과 다른 형태를 띠며 각자의 삶의 본질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삶 속에서 부딪히는 끊임없는 갈등과 성찰을 하게 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인간은 내면의 향(香)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향’은 삶의 모양을 만들어왔다.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내면을 투영하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을 향한 궁극적인 목적을 담고 있는 예술의 본체들은 역사가 거듭되며 하나씩 그 실체들을 드러내왔다. 가장 사실적인 삶의 모습들을 나타내기 위해 수많은 예술가들은 창작의 고통을 겪어와야만 했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 회화작품들에는 다양한 방식에 의해 삶의 환상이 존재해왔으나, 사실적인 실재(實在)가 그대로 표현되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이 등장하면서 그것은 내면의 향을 삶 속에 가장 잘 투영하는 ‘진실의 거울’이 되어왔다. 회화주의 사진가들 중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의 『인생의 두 갈림길(The two ways of Life)』 작품을 손꼽을 수 있다.

오스카 레일렌더의 『인생의 두 갈림길』 작품은 화가 라파엘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이분법적인 구도로 그려낸 라페엘의 작품에서 내면의 양면성이 엿보인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임을 믿었던 오스카 레일랜더는 라파엘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으로 재현해내게 된다.[그림 1]

그의 사진에서 인간의 무한한 삶의 모습들이 꾸밈없이 재현되어있다. 32장의 사진들이 조합이 되어 완성된 하나의 상(想)에는 서로 다른 이면을 갖고 살아가는 삶의 본질이 옷을 벗은 여인들의 모습으로 나타나있다. 각각 다른 삶의 이면들을 지닌 32장의 사진들에서 인간의 삶의 모습이 완벽하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누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드는 필연적인 피사체였다. 인물의 하얗게 빛나는 옷과 대비되는 여인의 누드는 순결한 오브제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누드와 이면적인 삶, 누드와 인간존재의 관계 등이 엿보인다.

사진의 가장자리에는 현인(賢人)처럼 보이는 인물이 무엇을 말하듯 서있고, 양쪽에는 두 사람이 무엇을 살피듯 주변을 둘러보는 듯하다. 그 중 한 사람은 고요함, 자비함, 종교적 분위기, 미덕 등을 의미하는 길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죽음, 좌절, 쾌락 등을 의미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 하다. 실제로, 한 쪽 방향은 희망이 넘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반면에 다른 방향은 절망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는 인간의 삶이 갖는 양면성을 의미하는 듯 하다.

당시, 회화주의 사진들이 성행하면서 사진이 인간의 고매한 정신세계를 나타낸다고 했고 인간은 개성과 꿈 그리고 상상력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아무런 창작의 고통이 없이 쉽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사진은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스카의 누드사진이 등장하면서 사진의 예술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극찬을 하며 작품을 구입하였는데, 최초로 사진이 예술작품으로 인정을 받게 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사진 속 모델들은 유랑극단의 단원이거나 매춘부였다. 주로 여자친구나 주변의 사람들을 모델로 삼아왔던 당시의 사진가들과 비교하면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직업과 모델의 귀천과 상관없이 여인의 ‘누드’에 묻어나는 아름다움은 모두 같음을 보여준다.

19세기 중후반 회화주의 사진의 발전으로 20세기에는 사진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바로, 스트레이트 사진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는 여성의 누드를 가장 사실적인 관점으로 표현하게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앞으로 20세기 사진가들의 누드사진들을 통해 사진예술에 대하여 더욱 깊이 모색하고자 한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5) 상상력에 강한 자극... 여체의 향기 물씬

(14) 강렬한 명암 대비... 지척 같은 여체의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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