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다면서… 왜 마라톤을 할까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관련 일화가 많고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큰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는 운동인 만큼 극적인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힘든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힘은 마라톤 당시 통증의 강도를 망각하게 되는 것이 한 요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야기엘론스키대학교 연구팀은 폴란드 남부도시 크라코우에서 열린 제11회 크라코비아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던 남성 39명, 여성 23명 등 총 62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마라톤이 열릴 당시 마라톤 출전 선수들을 만났다. 결승선에 도착한 이 선수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주로 마라톤 이후 느끼는 통증의 강도와 기분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3~6달이 지난 뒤 다시 한 번 마라톤 참가자들과 접촉해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참가자 대부분이 마라톤 직후 말했던 것보다 덜 힘들었다는 답변을 했다.

연구팀이 수치로 환산한 바에 따르면 마라톤 경기 직후에는 7점 중 5.5점의 통증을 느꼈다고 답한 반면, 몇 달 후에는 3.2점의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통증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마라톤 직후 느낀 통증 수치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추후 기억하는 통증의 강도 역시 더 높았다.

또 부정적인 감정 역시 통증에 대한 기억과 연관이 있었다. 마라톤 결승점에 도착했을 때 괴롭고 두려운 순간이었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사람들은 향후에도 통증의 강도를 크게 기억하는 경향을 보였다. 통증과 같은 신체적 고통이 감정이라는 심리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연구로 부인과 수술을 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다. 폴란드 야기엘로니안대학교 연구팀이 부인과 수술을 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여성들은 제왕절개를 통해 아기를 출산했던 기억보다 부인과 수술을 받은 경험이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부인과 수술의 통증을 더 큰 것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아기를 낳는다는 긍정적인 감정이 제왕절개에 대한 고통을 망각시킨 반면 부인과 수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과 관련한 통증에 대한 기억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하지만 추가적인 실험도 필요하다. 아기를 낳을 때 긍정적인 감정이 솟구치면서 통증 강도를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운동을 하기 전에도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있으면 통증의 강도가 더욱 낮아지는지 확인하는 추가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기억저널(Journal Memor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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