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임신보다 산전관리가 아기에 더 큰 영향
고령 임신은 모두 위험하다는 통설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늦은 나이보다 산전관리가 저체중아 출산과 조산 등 출산 결과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소영 인구정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12일 공개된 ‘임산부의 고령이 출산결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연구원의 ‘2003, 2006, 2009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2768명의 표본을 추출했다. 여기에는 만35세 이상 고령출산 여성 311명이 포함돼 비고령임산부와 비교 분석됐다.
고령 여부와 혼인상태, 교육수준, 가구소득, 취업여부 등 사회경제적 변수들과 출산력, 정상 출산 경험여부, 출생아 성별, 산전 진찰 초진시기, 산전 진찰 횟수, 산전관리의 적합도 등 산과 관련 변수들을 분석해 체중 2.5kg 미만 저체중아 출산과 37주 미만 조산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분석 결과, 저체중아 출산에는 산전진찰 초진시기가 영향을 미쳤다. 임신 초기 산전진찰 초진보다 임신 말기에 산전진찰 초진을 받는 경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높았다. 조산에는 임신 연령과 상관없이 산전진찰 적합도가 출산결과에 동일한 영향을 미쳤다.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고령임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기보다 적절한 산전관리를 받으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실정에 맞는 산전관리 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국가보건의료체계(NHS)가 만든 지침서에 따라 체계적인 산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적합한 산전관리의 시기와 초산 여부 등 산모의 특성에 따라 권장되는 산전진찰의 횟수를 정하고, 각 시기에 따른 검진과 교육 내용을 표준화시켰다.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나아가 적극적인 임신 전 관리와 출산 후 다음 임신까지의 관리를 포괄하는 통합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고령이 저체중아 출산과 조산 등 고위험임신과 밀접한 관련 있다고 밝혀왔다. 일부 국내외 연구에서는 고령임신의 차이가 없거나, 40세 이상 산모가 30세 미만 산모에 비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오히려 적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35세 이상 고령 출산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전체 가임여성 중 만35세 이상 가임여성의 비율은 2002년 43.1%에서 2012년 48.3%로 증가했다. 초혼 연령도 같은 기간 27세에서 29.4세로 늘고, 초산 연령도 28.3세에서 30.5세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