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저하제 스타틴, 신통한 다른 효능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정상 수치보다 높을 때 동맥경화와 당뇨, 비만이 뒤따른다. 1960년대 이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등장한 것이 스타틴이다. 1976년 일본 산쿄사가 혈중 지질 합성을 억제하는 물질인 메바스타틴을 발견한 이후 스타틴 계열 약물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9년을 기준으로 스타틴 약물시장 규모만 28조원에 이른다.
스타틴의 탄생은 고콜레스테롤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렸다. 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소(NICE)는 최근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스타틴 계열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경우 10년간 심장병 발생률을 20%에서 10%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저하를 비롯한 다양한 추가 효능이 확인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9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은 스타틴 계열 약물이 당뇨병 환자들의 실명과 사지절단 등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병원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 연구팀은 40대 이상 당뇨병 환자 6만2천여명을 스타틴 계역 약물 복용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3년간 비교 관찰했다. 이를 통해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의 40%는 실명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지 신경손상 위험은 34%, 족부가 괴사하고 부패하는 족부 괴저의 위험은 12% 감소했다.
의학저널인 란셋에 실린 이번 연구는 스타틴 계열 약물이 혈당 상승 등 이상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와 다른 결과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지난 2012년 일부 스타틴 계열 약물의 고혈당 발생사례를 바탕으로 제품의 안전성 관련 표기내용을 강화하도록 한 바 있다.
스타틴 계열 약물이 안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는 나온 지 오래다. 알본 아사히카와 의대의 나가오카 다이지 박사가 미국 안과전문지인 ‘안과학 기록’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계열 약물이 망막의 혈류를 개선시켜 당뇨성 망막증 등 안질환의 위험을 감소시켰다. 나카오카 박사는 건강한 남자 12명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 실험에서 동일한 결과를 얻어냈다. 미국 미시간대학 의대 연구팀이 안과전문지인 안과학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도 스타틴 계열 약물이 초기 녹내장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과 뇌 손상 치유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대만국립의대와 대만양밍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스타틴 계역 약물을 복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22% 감소했다. 연구팀은 60세 이상 노인 3만4천여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30명의 다중경화증 환자에게 매일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고 6개월 후 환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40% 정도가 뇌 손상부위가 치유된 것을 확인했다. 다중경화증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가 자신의 면역계에 침범당하는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발기부전 치료와 담석증 예방에도 스타틴 계열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본연의 목적대로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다른 치료를 목적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